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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9. 2020

말 것: 내공을 기른다는 함정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9일 차

한때는 그랬다. 몇 가지 특징만 갖추면 잘 쓴 글을 빚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남의 글에서 인상 깊게 포착한 장점을 분주하게 갖다 쓰려고 했다. 거기에는 JTBC 권석천 보도총괄과 기형도 시인과 김훈 작가와 다자이 오사무가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씩 흉내 내는 데만 그쳤을 뿐. 한평생 글을 써온 이들의 내공을 쉽게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었던 착각이고, 요행이었다.


오해가 없도록 미리 밝히건대, 글쓰기 내공이 갖춰져야만 잘 쓴 글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필자명을 가려놓아도 누가 썼는지 금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고 인상 깊게 묻어나는 개성, 매력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글에서는 이 지점을 '내공'이라고 부르겠다.


글쓰기 내공은 기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른다는 행위는 과거와 비교해 나아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일 텐데, 글쓰기 내공은 성장한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글을 쓰며 불현듯 내공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도 마음에 드는 완성본이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침내 내가 찾은 내공을 확인하는 방법은 이렇다. 지난 경험에 비춰 글쓰기가 어느 순간 한결 수월해졌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는 이 순간을 2년 차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달마다 좀처럼 마감이 어려웠던 정보 칼럼이 2회에서 1회, 1회에서 0회로 수정 횟수가 줄었다. 이는 결국 독자와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으면서도, 편하게 꺼낼 수 있는 문체가 생겼음을 의미했다. 글쓰기 내공이었다. 내공은 다질 때뿐 아니라 확인하는 작업에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비유하자면 글쓰기 내공에 대한 집착과 글쓰기 내공은 자석의 N극 같다.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성질 때문에 애쓸수록 내공은 멀어져만 간다. 그런데 내공에 대한 집착을 버려서 S극으로 돌리면 N극이었던 내공이 조금씩 달라붙는다.


출처: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


본뜻 그대로 내공은 오랜 경험을 거쳐 나타나는 결과다. 마땅한 시간을 지나지 않고 갖춰지는 것은 내공이 아닌 스쳐 갈 행운이다. 또다시 요행을 바라게 될 때마다 대학 시절 존경한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간절한 것은 간절한 시간이 지나야만 얻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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