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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20. 2020

할 것: 글에 신선도를 더하는 법

어제보다 잘 쓰는 법_50일 차

창발성이라는 말이 있다. 

출처: 국립국어원 공식홈페이지(www.korean.go.kr)


창발성이 담긴 글은 주목을 끈다. 두고두고 읽히기도 한다. 학술적 가치가 빼어난 논문이 수백 번 인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존에 없던 연구 결과가 후대의 저술에 토대를 마련하기 때문일 터다. 


그렇다 해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시쳇말로 말이 쉬운 이야기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뜬구름 같은 말을 참고하기에도 뭔가 맥이 빠진다. 기존에 있던 것을 가져와 '잘' 다듬으면 창조가 된다는 말일 텐데, 그렇다면 그 '잘'이라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또 그 판단은 누가 해주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보에서 창발성이 필요한 구간이 있다. 제목 바로 아래 실리는 '전문'이다. 여기서는 본문 내용을 간략히 전하는데, 아래 달린 글들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페이지 레이아웃을 정리해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달린 글이 2개가 넘을 경우 각 글에서 핵심 메시지를 추린 후 공통점을 발견해 전문에 쓸 메시지로 적는다. 이러한 작업을 매달 반복한 끝에 나름대로 창발성을 끄집어내는 데 먹히는 시도가 생겼다. 요컨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요소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 보는 것이다. 


드론과 RC카를 취미로 조종하는 직장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은행원으로서 판에 박힌 업무를 탈피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은행원에게 최적화된 다이어리 양식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공부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나는 인터뷰 원고를 쓰며 '드론과 RC카' 그리고 '업무 혁신'이라는 두 주제 사이에서 '세상을 달리 보는 눈높이'라는 공통점을 포착했다. 여기에 덤으로 어렸을 적부터 로봇 태권V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는 인터뷰이의 유년기 이야기를 도입부에 추가했다. 처음부터 이상주의자를 만나고 온 것 같은 이미지를 뿌려둔 것이다.


글쓰기에서 창발성은 확실히 효과적인 무기다. 이러한 요소가 온전히 스민 글에는 유독 애착이 생겨서 두고두고 보게 됐다. 단, 공통점을 찾으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면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는 흔적이 글 곳곳에 남으니 주의할 일이다. 매번 창조가 쉽지 않은 나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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