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d Oct 26. 2020

할 것: 쓰기 싫을 때 써보기

어제보다 잘 쓰는 법_56일 차

달마다 마감과 씨름하며 살고 있다. 사실 오늘도 마감일인데 원고가 밀려 있다. 그 탓에 밤 11시가 다 된 지금도 사무실에 앉아 있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일정이 겹쳐 원고 작성 페이스를 잃는 날에는 그 책임이 온전히 내 몫이다. 그리 싫지만은 않다. 어찌 됐든 일정의 빈틈을 글쓰기로 채우며 바쁘게 살면 충실감이 들기도 하니까.


그런데 하루 치 에너지를 다 써서 글이 도저히 써지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아직 써야 할 문장이 남았음에도 머리가 도저히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이 닥칠 때가 있다. 나는 그때마다 글쓰기에 '굳은살'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에 굳은살이 앉으면 기록하는 작업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져서 아무리 써도 별로 괴롭지 않은 상태가 된다.


무작정 인내를 촉구하는 말은 아니다. 이전 글에 이어 다시 강조하건대, 글쓰기는 글을 쓰는 동안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쓰다 보면 갈피가 잡히고 생각과 감정이 정리된다. 너무 많은 글을 써서 쓰는 작업 자체에 진저리가 났을 때, 그러나 아직 써야 할 분량이 남았을 때, 나는 '굳은살'의 존재를 믿고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느덧 또다시 글에 집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글을 쓰며 초고를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건 적잖은 소득이다. 글쓰기에서 굳은살은 이를 가능케 한다. 수영을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지난겨울 수영을 처음 배우고 나서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 힘으로 물을 차면 앞으로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옆을 유유히 추월해가는 아주머니를 보며 깨달았다. 몸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물을 타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아주머니에게 수영은 고역이 아니었다. 체력이 고갈돼서 "죽을 것 같아요"라고 중얼거리던 나와 반대로, 아주머니들에게는 수영이 '살맛 나는' 운동이었다.


쓰기 싫을 때 쓰는 연습. 나는 이것이 힘을 빼고 글을 쓸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길이라고 믿는다. 호흡 같은 글쓰기를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할 것: 변기 뚜껑을 열고 느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