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가재나 게, 새우 같은 갑각류들은 뼈가 없어요. 대신 껍질이 단단한데, 성장할 때 허물을 벗어요. 아무리 힘이 센 왕가재라도 자기 허물을 벗고 나오는 순간은 말랑말랑해서 누구에게건 잡아먹힐 수 있고, 상처받기 가장 쉬운 순간이에요.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상처받고 약해진 '그 순간'인 거예요. 저는 인간의 몸은 척추동물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게나 가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도 뭔가 껍질이 생겨서 나는 잘할 수 있어! 이런 베짱이 생기면 좋자나요, 근데 내가 성장하는 순간은 그 순간들이 아닌 것 같아요. 죽을 것 같고, 잡아먹힐 것 같고, 너무 약해서 스치기만 해도 상처받을 거 같은 순간들에 우리는 크고 있는 거잖아요.
<알쓸신잡 2> 장동선 뇌과학자
(갑각류의 성장을 보며 인간의 삶과 연결시키는 인문학적 사고에 놀라며) 내가 지금 취약한 상태에 있다면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단단한 껍질 속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해 보이지만 작은 상태로만 있다가는 결국 상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어쩌면 가장 불안전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허물을 벗어내며 가장 연약한 상태가 되는 순간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그 와중에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을 깨우치게 되는 것 같다. 두렵고 무서워서 허물 벗는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상처받고 연약해진 나를 잘 다독이는 방법을 익히는 게 어떨까. 그 순간만 이겨내면 더 크고 단단한 껍질을 갖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