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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오프

태도의 디테일

by 공현주
어떤 철학이 좋다,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철학에는 정답이 없어요. 다만 책임지는 거예요. '나는 인간관계 신경 안 쓰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는 게 목표야'라고 하면, 그렇게 살면 되는 거예요. 대신 사람들이 나를 욕하는 데 무뎌질 각오를 해야 해요. 또 내가 회사를 떠나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삶도 감수해야 해요. 모든 건 '트레이드-오프'가 있는 거예요.

그럼 앞서 이야기한 '후배들을 짓밟고 올라간 사람'을 보는 시각도 바뀌겠죠. '나도 저렇게 했었야 하나?'가 아니라, '저 사람도 트레이드-오프 하고 있겠구나, 저게 저 사람의 철학이구나'하는 거죠.

신수정 대표, 폴인 인터뷰


아무도 그를 좋아하진 않지만 일은 정말 잘해서 인정받는 상사가 있었다. 그는 마치 불도저 같아서 일을 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일을 되게 만드는 과정이 어찌나 막무가내인지 상처받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외로웠겠지만 일할 때만큼은 빛이 났다. 승승장구하는 그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저 삶을 살고 싶은가? 저 삶을 살기 위해 나는 관계를, 사랑을, 포기할 용기가 있을까.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 부쩍 많아지는 요즘이다. 철학이 결국 남이 아닌 나에게 시선을 돌려, 내게 가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과정이라면, 이제야 나는 그 여정에 들어선 게 아닐까. 내 철학이 없다면, 내가 무엇을 트레이드오프하며 살지 잘 모르겠다면, 그것만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삶이 없겠거니. 개똥철학이라 할지라도 내 철학이 있는 삶, 그래서 기꺼이 책임지는 삶을 나는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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