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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가치

태도의 디테일

by 공현주
Q. 도담리 최초의 여성어촌계장에 도전하는 패기 넘치는 30대부터 자기 이름이 적힌 시집을 소중하게 품은 70대 모습까지. 분장으로 나이 든 내 모습을 보는 게 배우들에게 썩 즐거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짐작도 해봅니다. 문소리도 나이 드는 게 싫고 두려웠던 시기가 있었나요?

저는 출산 후 내 몸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갑자기 이렇게 늙어서 어떡하지 큰일 났다 싶었는데 나중에 그때 사진을 보니 어리기만 하더라고요. 꽃도 나무도 실제 생명이 있는 것들은 다 변하고 죽기 마련이고, 그래서 갖는 힘과 그때의 아름다움이 있는 건데 당시엔 내가 그걸 못 봤던 게 후회스럽죠. 자연스러움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해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이 일을 하면서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 마음의 가치는 거기에 두려 합니다.

엘르 보이스, 배우 문소리 인터뷰 중


나는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몰랐지만, 돌아서보면 언제나 그 시절에 나는 너무 예뻤고 사랑스러웠다. 흘러가는 세월 앞에 하루하루 변해가는 몸과 얼굴을 보며 속상하고 의기소침해지는 날 숱하게 있지만, 앞으로의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시간이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나이들어 가자 스스로를 다독인다. 적어도 ‘내 마음의 가치’를 그곳에 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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