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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고 묻기

태도의 디테일

by 공현주
"경험이 중요해요. 휙 보기만 해도 센스 있는 가구를 고르는 사람은, 아무도 평소에 인테리어 잡지를 200권을 읽었을 겁니다. 어쩌면 수년간 가구 편집숍을 다녀봤을 거예요. 뭔가를 사든 안 사든 습관처럼요.

하지만 그냥 보기만 한다고, 가기만 한다고 다 내 것이 되진 않아요. 나만의 관점을 길러야 내 것이 되죠. 관점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왜'를 따져 물으면 돼요. '아, 이 카페 참 아늑하니 좋네.'에서 멈추지 마세요. '나는 왜 이 카페를 아늑하다고 느낄까?' '아늑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아늑함을 좋아할까?'...

그러면 보여요. '아, 이 카페는 천장이 참 낮네. 그래서 소리의 울림이 적구나.' '아, 아늑함이란 소리의 울림이 결정하는구나.' '생각해 보니 나는 소리에 예민하네. 그래서 아늑한 공간에 편안함을 느끼는구나.' 그렇게 아늑함에 대한 지식이, 아늑한 공간에 대한 감각이 쌓이는 겁니다. 잊지 마세요. '왜'라고 물으면 보이고, 보이면 쌓이게 돼 있어요. 이유까지 알아야 진짜 내 감각이 되는 겁니다."

롱블랙 <공간 감상 수업 1 : 당신이 그곳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를 아나요?>


감각을 키우는 데도 단계가 있다. 맨 처음엔 닥치는 대로 보고 경험하며 인풋 자체를 늘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이유는 확실히 모르나) 몸이 거부하는 ‘불호’가 생겨 본능적으로 ‘호’를 찾게 된다.


호와 불호를 스스로 큐레이션 할 정도가 됐을 때, ‘왜’라고 묻자. 호에 대한 ‘왜’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게 감각 아닐까. 이때가 되면 감각이 좋은 사람들의 것을 팔로우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자신의 감각으로 세상을 보는 체가 하나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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