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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반디 Jul 14. 2021

친구도 나만큼 소중해

소소교육 열여섯 번째

첫째가 여섯 살,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관 수업을 했을 때였다. 작은 책상에 아이와 부모 한 명씩 짝지어 앉아 클레이로 작품 만들기를 했다. 준비된 재료로 요리조리 작품을 한참 만들다가 아이가 옆에 친구 작품을 보며 "우와 너 정말 잘 만들었다!" 칭찬을 했다. 그리고 또 잠시 뒤 옆 친구가 만든 곤충을 보고는 "와! 너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진짜 멋지다!"며 감탄을 했다. 옆에서 보던 다른 아이의 어머니가 "와, 도니 참 멋지다"며 웃음을 지으셨다. 그날 나에게는 아이가 만든 작품보다, 결과물보다 친구를 칭찬해주던 그 말 한마디가 훨씬 더 반짝반짝 빛나게 보였다.


그리고 2년 뒤, 여덟 살이 된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야! 너 그거밖에 못하냐?" "너보다 내가 훨씬 잘하거든~". 다른 아이를 칭찬해주며 미소 짓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여섯 살 그때로 돌아와 줘~~. 이럴 때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지켜보다가 한숨을 몇 번 내쉬기도 한다.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변화하는 존재구나 느낀다. 그래서 자만할 필요도, 낙담할 필요도 없음을 깨닫는다.


오늘은 하교하다가 반 친구를 만났는데 갑자기 배치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친구는 웃으면서 툭툭 치는 걸로 서로 장난을 주고받았지만 "그렇게 하면 친구 깜짝 놀랄 수 있어.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하자" 이야기했다. 옆에 같이 계셨던 친구 어머니 보기도 민망했다. 친구와 인사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아이에게 가까운 친구라도 신체 접촉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고 한 번 더 알려 주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선생님께서 매일 하이클래스로 보내시는 알림장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는 "친구와 싸우지 않아요" "양보하고 배려해요"였다. 놀이터에서도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장난 삼아 발로 서로 툭툭 치다가 큰 싸움이 되는 걸 보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또래 친구와의 관계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아이의 인성과 태도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지는 것 같다. 한창 또래 친구와 노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아직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부족할 나이이기에 '친구와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가르쳐주는 시간이 많아지고 또 중요해졌다.


사실 집에 있을 때는 '관계에서 요구되는 성숙함'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동생과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또래 관계에서보다는 디테일하지 않다. 학교에서도 그럭저럭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낸다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아이의 태도나 친구 사이에서의 말 습관 등을 자세하게 알기는 힘들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이의 생활, 행동 등에 대해 알려주셨던 내용에 비해 초등학교에서는 훨씬 덜 구체적이고 포괄적이다. 자칫하면 '우리 아이가 그런 줄 몰랐어요'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가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다른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도 많다.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가 쫑긋해지고,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을 민감하게 바라보게 된다. 자연스레 잔소리와 훈육의 횟수도 늘고, 화내지 말고 일관되게 계속 이야기해주자 마음 먹지만 사실 쉽지 않다. '말을 했는데 왜 저렇게 행동할까' 속에서 화가 날 때도 여러 번. "엄마가 이야기했는데 너 또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돌아서면 '인성 교육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어깨가 무거워진다.


가끔은 내가 먼저 다른 친구와의 갈등 상황을 차단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갈등이 생기고 푸는 과정을 배우는 기회를 뺏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다. 잘못하면 사사건건 지적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놀이터에서 어디까지 아이의 행동, 태도에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제 여덟 살, 마음 자립은 서서히 시작되지만 행동 자립은 아직 힘들다는 그 시기의 아이에게 너무 어른 같은 모습을 바라는 걸까, 조급하게 아이에게 성숙한 행동을 요구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친구들을 존중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은 일관되게, 올바르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그게 아이에게 아무리 잔소리처럼 들린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장난치는 것과 괴롭히는 것의 차이점을 늘 강조해서 알려준다. 서로 재미있어서 하는 건 장난이지만, 나만 재미있고 상대방은 그게 싫다면 장난치는 게 아니라 "괴롭히는 거야"하고. "상대방이 싫다고 표현하면 바로 그만두는 거야". 가끔은 아이가 상대의 표정은 살펴보지 않고 장난을 칠 때가 있다. 아직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헤아리는 게 분명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 친구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헤아리는 연습을 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알려주기. 자기를 존중하는 것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이야기하고 인지하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뀐 것 같다가도 불쑥 그 행동이 다시 나올 때도 있다. "아. 잠시 잊어버렸어요"하는 말과 함께. 그때 부모들은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도, 참고 참으며 알려줬는데도. 그래도 또 아이에게 이야기해준다. 참 어렵다. 요즘 첫째의 행동에 화가 쌓여가는 것 같아 정말 오랜만에 '아들 연구소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훈육은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가이드이다. 어떤 선이나 기준을 넘었을 때 참고 참다가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알려주는 것이 훈육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하지 않은 훈육의 팁. 아이 인성을 교육시키려다 자꾸 화가 나서 오히려 나와 아이의 관계, 아이의 인성까지 망치는 것 아닐까 걱정과 부담에 아이가 커 갈수록 자녀 교육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미성숙한 아이가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부모와 보호자는 해야 하기에. 훈육에서는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덧붙이는 말, 감정적이 되는 말("엄마 말 알아들었어? 못 알아들었어?" "앞으로 이렇게 할 거야 안할꺼야?" "왜 자꾸" "왜 그랬어?"와 같은)은 침묵으로 대신하자는 말을 꾹꾹 옮겨 적는다.



오늘 잘 안되면 내일 다시 시도하면 되고,

오늘 바뀌지 않는다고

아이의 인생이 당장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일주일, 한 달, 일 년. 좋은 부모 노릇을 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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