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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반디 Aug 18. 2021

아이들 성장만큼이나 중요한 부모의 세계

소소교육 스물한 번째 이야기



일상에 지쳐 놀이터 한쪽에 힘없이 앉아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잘 커가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나의 세계는 안녕한가. 매일 일상은 비슷하고, 코로나 시국에 내가 만나는 세상은 더 좁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곤 한다. 그럴 땐 이 말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라도, 나의 세계를 가꾸자고.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은 커진다. 나는 너에게 부끄럽지 않을 나만의 세계를 가꿀 것이다" - 책 <엄마의 20년> 중에서 -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회사를 그만 둔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책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에도 가끔씩 나가고, 온라인 카페 활동도 하며 집과 육아에만 집중되었던 일상에 조금씩 변화를 주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그나마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의 만남은 더 단절되었다. 얼마 전 <슬의생시즌2>를 보면서 부러웠던 대사가 있었다. "내 방에서 커피 한잔 할까?" "커피 한잔 하면서 잠깐 얘기 좀 할까?" 회사 동료들과 선후배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을 부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받게 되는 자극과 위안이 많이 그리웠나 보다.


2,30대 시절, 회사를 다닐 때는 50대 부장님, 40대 과장님, 대학교를 갖 졸업해 입사한 20대 초반의 후배까지 만나는 사람들의 연령이 참 다양했다. 생각해보면 부장님 과장님과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경험에서도 배우는 것들이 있었다. 띠동갑 후배와 같이 일을 하면서 요즘 세대들은 이렇구나, 나 때와는 이런 게 다르구나 차이도 느꼈고 후배에게 배우는 점들도 있었다. 일 때문에 싫든 좋든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엄마가 되고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다른 분야, 다른 상황의 사람들과 연결 고리를 맺는 게 쉽지 않았다. 새로운 만남과 지속적인 교류는 내가 노력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맺고 있던 관계마저도 소원하게 만들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내 시간도 모자란데 새로운 관계까지? 그럼에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과 단절되지 않으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새로운 관계를 맺고 배우며 소통해야 한다'라고. 책, 사람,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통해서 나의 세계를 계속 확장시켜야겠다고. 이건 아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습관은 안락하고, 포근하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새로고침이 주는 뜻밖의 재미, 유쾌한 즐거움은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겁니다.

<열두 발자국 p154>



육아를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떤 강연을 듣거나 수업에 참여하는 일도 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이가 좀 커서 학교를 들어가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 시간이 부쩍 더 줄어들었다. 책을 읽고 온라인 모임을 통해서라도 같은 책을 읽는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시간이 아주 조금씩 내 시야를 넓혀 주었다. 고집스러운 면이 좀 많아서 내 생각이 아집이 될까 걱정인 나에게 이런 과정은 앞으로도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부모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잠자기 전에 책 읽어주기를 약속했다면, 부모도 하루에 10분은 꼭 책 읽기를 같이 약속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꼭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육아에 지친 나를 돌보는 힘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까.



깊이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내가 뭘 어려워하고, 어떤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알게 되면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긴다. 책은 제일 먼저 우리 자신을 돌볼 힘을 선물한다.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북 코디네이터 p74>



얼마 전 한혜진 작가님의 강연 <나를 발견하는 블로그 글쓰기> 수업을 들었는데 그 시간이 참 귀하고 소중했다. 아이들을 재우며, 설거지를 하면서 그리고 틈틈이 35강의 강의를 듣고 미션 인증을 하며 오랜만에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다.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니 그전부터 아이의 학습에 대해 고민한다. 아이들 학원을 알아보고, 하루 공부 스케줄을 관리하는 시간 속에 엄마나 아빠의 배움은 들어설 틈이 없다. 안타깝게도. 그럼에도 아이의 성적이나 학습 결과를 신경 쓰는 에너지를 부모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나눠 쓰면 어떨까. "엄마는 요즘 이거 배워~ 어려운데 재미있어" 아이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성취감이 얼마나 큰지, 그 과정이 우리를 얼마나 성장하게 하는지를 부모들도 아이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다양하고 뛰어난 온라인 수업이 참 많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부담 없었다.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잖아 하는 마음으로. 혼자 해도 좋고, 친구들이랑 같이 해도 좋고, 남편이랑 같이 해도 참 괜찮고. 이번 수업을 듣고 나서 분기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에게도 평생 배우는 엄마, 배움을 즐기는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 작가님이 예전에 어느 강의에서 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소통과 순환, 즉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이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경우 억눌린 상태에서 타인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대가 고립감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분노를 마음 안에 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소통과 순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보면 꾸준히 쓰는 것이다. 내 감정이 분출되지 못한 채 억눌려있지 않도록 계속 쓰고, 나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이끌려 사는 삶이 아니라 내가 이끌어가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육아나 교육에서도 자꾸 내 시야가 좁아지려 할 때마다 이 말을 꼭 기억해야겠다. '부모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은 커진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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