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반디 Dec 24. 2021

농촌유학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소소교육 서른세 번째 이야기 


몇 달 전부터 농촌유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남편과 이야기도 나누고, 생각날 때마다 전남 농산어촌 유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유학 학교 현황과 유학 마을, 가족이 체류하는 숙소 등을 알아보기도 했다. 겨울 방학이 되기 전에 공고가 뜰 텐데 싶어 기다리던 참에 마음을 의지하는 언니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고 농촌유학에 대해 이야기한 날, 신기하게도 서울시교육청에서 농촌유학 모집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다음 날에는 학교 이 알리미를 통해 '농촌유학 신청' 관련 공고가 떴다.


'아, 드디어 이번 주 신청 기간이구나...'


막상 신청을 하려고 하니 이런저런 고민이 튀어나왔다. 주거할 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텐데 어느 정도일지, 아이들이랑 잘 놀아주는 남편, 육아하며 내 감정이 종종 널뛸 때 균형을 잡아주는 남편의 부재는 괜찮을까. 4년째 같은 어린이집을 지금은 어느 때보다 즐겁게 잘 다니고 있는 둘째가 낯선 곳에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아이들이랑 먼저 농촌에 가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다시 물어봤다. 첫째는 농사짓는 거 보고 싶었다며, 곤충도 많아서 좋겠다며 "엄마, 신청해봐요"한다. 둘째는 친구들이랑 헤어지기 싫다며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7살 되면 다른 반 돼서 지금 친구들이랑 많이 헤어질 텐데... 가서 좋은 친구들 만날 수 있을 거야" 하는 말에도 눈물이다. '아.. 어쩌지..'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주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둘째의 마음을 만져주었다.


2021년 1학기부터 시작해 3기째 진행되는 전남 농촌유학의 모집 학교는 마흔여 개였다. 담양, 구례, 곡성, 장성, 해남, 완도 등 지역에 다양했다. 신청서를 쓰기 전날 밤, 학교를 살펴보고, 학교마다 제공되는 숙소를 찾아 장단점을 파악해보고 실제 농촌유학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블로그도 찾아서 포스팅을 읽어보았다. 학생수가 적은 소학교들이라 희망 학년 및 희망 인원이 쭉 적혀있는데 그것도 고려해야 했다. 다행히 내가 가고 싶은 학교는 2학년(2022년 예정) 남학생을 모집 중이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시골 생활이고 아이들이 친구들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는 집보다는 유학 온 가구들이 몇 집 모여있는 환경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 군데 정도 학교를 골랐고 다음날 먼저 유학을 간 첫째 아이의 친구 엄마와도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현장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종 결정을 하고 희망학교, 농촌유학 신청 동기 등을 작성해 아이 편으로 학교에 보냈다. 카카오톡 '농촌유학' 채널에 올라온 농촌유학 설명회에서의 질문 및 답변 정리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다자녀(초등학생 자녀 수) 가정이 우선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초등 자녀가 1명인 우리는 탈락하거나 다른 학교로 신청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가족 체류형 농가 또한 내가 신청한 곳으로 배정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어제 농촌유학 가배정 결과가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되었다. 농촌유학이 기수를 거듭할수록 신청자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심각해지는 코로나 문제가 걱정되어 농촌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고. 내가 신청한 학교에도 가배정 된 학생들이 많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학교마다 제공되는 숙소가 다른데(가족들이 체류할 숙소는 학교 근처 주택, 펜션 중 일부 등의 형태로 제공되며 월세가 조금씩 다르다. 서울시, 전남교육청에서 매달 제공되는 지원금을 보태서 약간의 월세를 내고, 혹은 월세를 내지 않고 생활한다) 학생들의 지원하는 정도에도 영향을 많이 준다. 최소 1학기는 생활해야 하는 곳이다 보니 나도 밤마다 숙소가 어떤지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고 또 찾고 하느라 지칠 때도 있었다.


남편도 신청자가 많아서 가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자꾸만 안 갔으면 하는 눈치..),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이야기해줬다. 농촌유학을 결심한다고 해서 일이 순탄하게 되는 건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코로나 관련 공지가 뜰 때면, 학교 마치고 잠깐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들, 친한 형이 모두 학원을 가고 아이 혼자 남아있을 때면 농촌유학이 자꾸만 간절해진다. 24일부터 약 열흘의 기간 동안, 학교 방문 및 면담, 숙소 방문을 거쳐 1월 중순에 최종 결정이 나는데 내가 신청한 학교에서는 신청자들이 많아 어떻게 할지 회의를 거쳐 다시 알려줄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사전 답사를 무사히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꿈꿔왔던 일을 도전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도 분명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하며,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새로운 길을 여는 계기가 된다"는 말을 되새겨본다.





작가의 이전글 간섭이 아닌, 관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