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위스키는 전통의 강자이다.
나는 위스키를 유튜브로 배웠다. 그것도 MBC에서 만드는 <14F> 채널의 한 꼭지이자 전직 사회부에 몸담았던 조승원 기자가 진행하는 <주락이월드>로만 배웠다. 세상에는 책을 아예 안 읽은 사람보다 딱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데, 그게 나다. 그러던 어느 날 조승원 기자가 한 영상에서 이런 말을 흘린 적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위스키로 유명한 나라가 5곳이 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일본 그리고 캐나다”.
캐내디언 클럽(Canadian Club)이라고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한국에 수입되는 몇 안 되는 캐나다 위스키인 것 같은데 나는 아주 처음에 엄마가 줘서 먹어본 기억이 있다. 지금보다 더 위스키 맛을 모르던 때라 그냥 맛이 좋다 하고 먹은 기억이 있다.
그런 캐나다가 사실상 위스키에 있어서는 전통의 강자라고 한다. 그도 그럴게 캐나다 위스키가 스카치위스키 그 자체인 스코틀랜드, 위스키 종주국이자 발상지인 아일랜드, 버번의 고향인 미국, 새로운 아시아의 위스키 강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캐나다에 오기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나는 캐나다 위스키가 꽤나 궁금했다.
내가 머무는 BC(British Columbia, 밴쿠버가 있는 주) 주에는 주 정부가 운영하는 리커샵인 BC LIQUOR가 있다. 여러 곳에 체인점이 있어서 시간 날 때면 쭉 훑어보곤 하는데,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 봐도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캐나다 위스키를 아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예전부터 한국에 수입된 캐내디언 클럽이나 크라운 로열(Crown Royal), 그리고 최근 수입되기 시작한 롯40(Lot40)을 제외하고서 캐내디언 클럽의 프리미엄 라인, 맥칼로니(Macaloney), 깁슨스(Gibson’s), 포티 크릭(Forty Creek) 등등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다. 심지어 캐나다 생산이라서 가격도 일반 프리미엄 위스키에 비해 월등히 착해 보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마시게 된 게 캐내디언 클럽의 프리미엄 라인 인비테이션(Invitation) 2종과 맥칼로니 아일랜드 2종이었다.
캐내디언 클럽의 프리미엄 라인인 초대(Invitation) 시리즈는 위스키를 마실 때 초대받는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맛 좋은 위스키였다. 15년 숙성 46도의 No.1과 18년 숙성 56도의 No.2가 있었는데 둘 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캐내디언 클럽이 “우리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라는 각오로 만든 위스키 같았는데, 어쨌든 그 덕을 내가 봤다.
맥칼로니 아일랜드 위스키는 한국에서 열린 2023 KIBEX(대한민국맥주박람회)에서 잠깐 한국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마셔 본 것은 맥칼로니 아일랜드 킬다라(Kildara)와 버진 아메리칸 오크(Virgin American Oak)였는데, 이 중에서 킬다라 위스키는 2023 월드 위스키 어워즈(World Whiskies Awards)에서 최고의 팟스틸(Pot steel, 몰트와 몰트가 되지 않은 보리를 사용해 만드는 아일랜드 전통의 위스키 제조 방식) 부문에서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특히 맥칼로니 아일랜드 증류소는 내가 위치한 밴쿠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에 위치한다. 그야말로 산지 직송의 프리미엄 한정판 위스키다.
캐나다 위스키는 버번과 달리 찐득한 단 맛이 주를 이루지는 않고 오히려 호밀을 기본으로 한 곡물 매쉬빌(Mash Bill)의 화끈한 맛이 주되게 느껴지곤 했다. 어쨌든 깔끔한 스카치, 부드러운 아이리쉬, 화끈한 버번, 정갈한 재패니즈와는 또 다른 세련된 위스키의 맛을 보여준다.
캐나다에 온 이상, 나는 이걸로 본전 뽑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