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 의존증
워킹홀리데이를 오고 나서 술을 마시는 일이 늘었다. 쉬는 날 한 잔 두 잔 하던 게 평일에 한 잔 두 잔으로 늘어났고, 주말에는 곯아떨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밴쿠버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5개월에 접어드는데, 내가 마신 위스키 병의 개수만 7개다. 그 와중에 와인이랑 맥주까지 포함하면 더 많고.
처음에는 할 일이 없어서 술을 마셨는데, 나중에는 술을 마시느라 할 일을 안 했다. 휴일이 되면 나가기도 싫었고, 영어를 쓰기도 싫어서 집에서 몽롱한 상태로 쉬고만 싶었다. 캐나다는 위스키가 유명하니까 캐나다 위스키를 최대한 많이 마셔볼 거라는 명목으로 그런 상태를 유지했다. 나는 이게 나의 취미인 줄로만 알았다.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 검사(AUDIT-K : Alcohol Use Disorder Identification Test)를 해보니 위험음주군에 거의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의심할 수 없었다. 알코올 의존증이 맞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1. 3/27 이후로 술을 더 사지 않는다.
2. 근무전날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3. 지금 가진 술은 휴일에는 마셔도 된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게 아니냐는 Y의 질문에 수긍하는 일이 많아지자, 스스로도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도 이게 문제인 걸 아는데, 왜 나는 이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지? 책임감 있게 즐기지 않으면 안 되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흔히 알코올 의존증을 검사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묻는 3가지 질문이 있다고 한다. 이 질문에 모두 맞다고 대답하면 어느 정도 환자가 알코올 의존증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1. 술을 혼자 마시나요?
2. 낮에 마시나요?
3. 몰래 마시나요?
나는 전부 해당 됐다. 술을 혼자 마셨고, 낮에 마셨고, 마신 것을 숨겼다. 한국에 방문하기까지 지금(2025년 3월 29일)으로부터 44일이 남았다. 그때까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Y와 약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