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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Vancouver Cafe 1

: 서울의 프랜차이즈, 밴쿠버의 프랜차이즈

by 낙타

작년 11월 말에 이 도시에 도착한 뒤로 내가 줄기차게 즐기고 있는 취미가 있는데, 바로 카페 탐방이다.


공항에서 짐을 끌고 리치먼드라는 도시 속 작은 에어비앤비 숙소에 짐을 풀고, 시차에 적응하며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난 내가 처음 방문한 곳은 블렌즈(Blenz) 카페였다. 시페어(Seafair) 지점이었던 것 같다.


“Cream or Sugar?"


처음에 머뭇대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던 나를 제일 당황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저 질문이었다. 이때만 해도 밴쿠버의 모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에 크림 혹은 설탕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을 몰랐을 때였다. 서울에서 온 한국인이 밴쿠버 카페 문화와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내가 가져온 이력은 딱 두 가지였다. 돈 안 되는 문화인류학 석사 학위와 대학원생 시절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뛰었던 8년 간의 카페 경력이다. 라테아트도 할 줄 모르고 그냥 냅다 커피만 뽑을 줄 알던 나였지만 그래도 꽤 많은 카페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밴쿠버와 서울의 카페를 조목조목 비교 분석하게 된 것도 내게는 꽤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밴쿠버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제이제이빈(JJ Bean)은 각 매장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대다수가 가맹점 형태를 띠고 독립적으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커피 맛의 퀄리티가 높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 맛이 좋으니, 서로 다른 인테리어는 오히려 각 매장만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로 다가온다. 저가 커피의 대명사 팀홀튼(Tim Horton)도 사실상 대체재가 없을 만큼 밴쿠버의 저가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인다. 팀홀튼의 더블더블(드립 커피에 크림을 2번, 설탕을 2번 넣은 조합)이라는 이름이 어디서든 통용되는 걸 보면 말 다했다. 블렌즈 혹은 웨이브스(Waves) 또한 제이제이빈과 팀홀튼 사이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브랜드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각 브랜드만의 독특한 언어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서울에서 만난 지금까지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낮은 퀄리티의 커피를 제공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끼리의 대체가능성도 많고, 한 프랜차이즈의 충성도도 신뢰도도 높지 않다고 느껴졌다. 스타벅스(Starbucks), 이디야(Ediya), 투썸플레이스(A Twosome Place)가 서로 대체가능한 프랜차이즈인 데에 비해, 밴쿠버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각 매장의 캐릭터가 고유하며 독창적이고 또한 믿을만한 커피를 판매한다.


밴쿠버는 몇 가지 특정 로스터리가 각 개인 카페에 커피빈을 제공하는 구조인데, 제이제이빈, 49 패럴렐(49th Parallel), 팀버트레인(Timber Train)과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큰 규모의 로스터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 카페에 방문한 고객이, 해당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 왕왕 있다는 것이다. 몽피투(Mon Pitou)에서 일하던 때에 고객들은 종종 몽피투가 사용하는 커피빈의 정체를 물었고, 이때 제이제이빈은 일종의 신뢰의 상징이었다. 어떤 프랜차이즈 이름이 ‘좋은 커피를 쓴다는’ 신뢰를 나타낸다는 것은 꽤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이처럼 커다란 상징적 성공을 거뒀던 로스터리 브랜드는 프릳츠(Fritz)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오프라인 카페와 로스터리의 통합적 운영과 더불어 높은 퀄리티에 대한 지향은 제이제이빈, 49 패럴렐, 팀버트레인 등과 같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성공적으로 높여준 것 같다. ‘어딜 가든 이 브랜드가 붙어있으면 믿을만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었다는 점이 서울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밴쿠버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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