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한 달간

by 낙타

딱 오늘까지 해서 지난 한 달간 정말 힘들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12월 6일 오후 3시 30분이다.

예상치 못하게 잡힌 이사 일정에 더해 나의 잦은 감정기복과 그로 인한 애인과의 불화, 처음 맞이한 타국에서의 낯선 임대 과정 및 그에 따른 수많은 절차, 줄어든 근무시간에 따라 적어지는 임금과 많아질 지출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나날이 나를 찾아오는 우울함과 무기력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하는 과업들.

그렇게 무질서한 일상 속에서 평화로움을 간절히 바라던 하루하루가 지나고 정확하게 한 달이 된 지금, 나는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보며 저녁 시간 근무를 위해 출근 중이다. 얇게 퍼져 있는 구름 사이에 뻥뻥 뚫려있는 구멍 속으로 파란 하늘이 빼꼼 보인다.

일상이 평온하지 않았으니 책을 읽을 짬도, 글을 쓸 의욕도 나지 않았다. 그러니 하물며 친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리도 만무하다. 지난 한 달간 몇 건의 파티가 있었고, 특히 어제는 무척 재미있어 보이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는데, 나는 정확히 그 시간에 이사한 집에 쪼그려 앉아 애인과 가구들을 조립한 뒤에 탈진해 널브러져 있었다. 빡세게 일하고 퇴근한 후에 육각렌치를 돌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이거늘.

요즘 매일 일기에 적는 기도가 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데 보통 이런 식이다. 높은 곳에 계신 분이시여, 혹은 삼라만상과 만물에 깃든 이치시여, 저로 하여금 오늘 하루가 예상 가능하게 하옵시며, 사건이 발생한대도 그 여파가 거대하여 저를 뒤흔들지 아니하게 도우소서. 오늘 제가 지루할 정도의 평온함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하소서.

일기에 이렇게 적었더니, 며칠 전에 자기 관리 인스타그램 계정이 ‘일상이 예측가능하길 바라는 건 평온함이 아니라 통제다'라고 적힌 글을 포스팅했다. 니가 뭘 알아, 이 씌.

하여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치고 힘든 요즘이다. 나는 이제 지쳤고 제발 좀 쉬고 싶다는 말을 매일 입에 달고 산다. 이런 와중이니 친구 생각이 날 리가 만무하지. 친구고 나발이고 일단 살고 봐야지 않겠나.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