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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타 Aug 24. 2024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책을 오지게 읽고 나니, 이제는 글을 좀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글 자체가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내 글이 특히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글이 개인의 감정 해소에 달린 것이라면 정말 이렇게 쓰는 행위만으로 괜찮은 것일까? 최근 나는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소집해제가 끝난 이후로 벌써 3개월째 하릴없이 빈둥빈둥 놀고 있다. 스윙 댄스와 같은 새로운 취미도 배우게 되었고, 칭따오와 타이베이에 여행도 다녀왔으며, NVC(Nonviolence communication)와 같은 새로운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조깅과 운동도 빼먹지 않고 끼워 넣었다. 책은 항상 읽고 있다. 훈련병 기간에서 공익근무요원의 소집해제일까지 줄기차게 읽었던 습관이 아직은 몸에 남아있다. 여전히 관심 있는 주제를 빙 둘러싸는 문학과 비문학 책들을 섭렵하고 있다.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아무런 텍스트나 남발하면서 독서하는 형태, 즉, 남독형으로 책을 읽는다. 정보를 기억하거나, 무언가를 공부하기에 앞서서, 책을 읽는 일 자체가 주는 안정감과 책에서 얻게 되는 약간의 정보와 앎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크게 내게 주어진 임무 없이 온전히 주어진 시간이 있었고, 나는 그 시간을 몽땅 독서에 쏟아부었다. 남독형 독서가 그렇듯이 남발하는 글쓰기도 가능할까? 2022년, 내가 논문을 어떻게 썼는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뭔가를 읽는 습관은 항상 있었는데, 나는 언제나 뭔가를 써내는 일이 어려웠다. 글쓰기가 어려웠고, 퇴고가 어려웠다. 대체 뭐에서 이렇게 막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의심이 들어 받아본 심리검사에서 아이큐가 고지능으로 나왔을 때, 나는 결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렇게 까지 멍청한데, 왜 아이큐가 이따위로 높게 나온 거지.’ 항상 내가 인식하는 현실과 실제 현실은 부조화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런 나 자체로 쓰는 글이 가능할까? 정말 남발하는 형태로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동기는 단순히 브런치의 피드를 채우기 위해서다. 내가 논문을 쓴 동기는 단순히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닐 수 있을까. 그냥 정말 하루하루, 내가 쓰는 구글 드라이브에 올리기 위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쓰기가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지극히 갖고 싶은 취미이다. 나는 이제까지 여러 가지 글쓰기 모임에 도전해 봤지만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아예 없었다. 언제나 글이 아닌 다른 것을 신경 쓰게 된다. 글쓰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더 읽어봐야 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남독형 독서가 가진 문제점은 독서하는 내용 그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나는 헛공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싶다. 결국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잘 남길 수 있는 기술을 갈고닦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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