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취방 침대에 누워있다. 제습기와 공기청정기가 소음을 내며 돌아간다. 나는 틴더 프로필을 오른쪽으로 넘긴다. 라이크! 화면에서 터지는 문구. 나는 틴더 프로필을 또 오른쪽으로 넘긴다. 라이크! 폭죽처럼 터지는 문구. 나는 프로필을 또 오른쪽으로 넘긴다. 나는 걔랑도 이렇게 만났다. 라이크! 프로필을 계속 오른쪽으로 넘기다가, 매치!
나는 생각한다. 걔랑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나? 그게 잘못된 결정 같지는 않았다. 나는 걔랑도 틴더에서 만났다. 나는 걔와 매치가 되고, 카톡을 나누고, 전화를 하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나는 걔랑 카톡을 나누고, 저녁을 먹고, 전화를 하고, 잠을 자면서, 어느 순간 후회했다. 왜 또 이렇게 만났지. 나는 또 그렇게 헤어지겠지. 나는 또다시 틴더를 하겠지. 잘못된 결정 같았다.
신촌, 홍대, 상수, 연남으로 만든 두 달의 연애는 밤양갱처럼 달달하게 시작했고 짤막하게 끝났다. 두 달이 지나고 나와 걔는 다퉜다. 나는 걔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걔는 나에게 화가 났다. 전화를 안 받으니까 카톡으로 말할 게, 우리 헤어지자. 알았어, 짐은 어디로 보내면 돼?
나는 침대에 누워있다. 나는 틴더 프로필을 오른쪽으로 넘긴다. 라이크! 왜 또 이렇게 만나지. 나는 생각한다. 역시 만나지 말았어야 했나. 나는 프로필을 또 오른쪽으로 넘긴다. 라이크! 잘못된 결정 같았다. 나는 또 그렇게 헤어지겠지. 헤어지지 말았어야 했나. 틴더 프로필을 또 오른쪽으로 넘긴다. 라이크! 잘못된 결정 같았다. 나는 또다시 틴더를 하겠지. 나는 프로필을 또 오른쪽으로 넘긴다. 라이크! 만나지도 말고 헤어지지도 말았어야 했나. 매치!
프로필을 넘기는 나의 엄지에서 땀이 묻어난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침대에 누워있다. 제습기와 공기청정기가 소음을 내며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