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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매해리 Jul 03. 2019

시간의 힘이란

거절을 언제나 힘들다

나에게 낯선 '거절'


 최근 '거절'이라는 단어의 표현을 여러 방면으로 받고 또 드리고 있다. 보통 을의 입장에서 통보를 받으니 받는 게 더 많았다. 그중 몇 가지 받은 것을 나열하자면 대게 이런 식이었다.


OO님께서 최선을 다하여 OO  전형에 임해주신만큼 저희 또한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최대한 심사숙고하였습니다. 그 결과, OO님은 뛰어난 역량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계신 분이란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 과정에서 합격 안내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OO님과 OO가 함께 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숙고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번 OO에서는 함께 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인력 운영 계획 및 제한된 인력 선발 등의 사유로,
귀하를 OO의 새로운 가족으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에 OO의 주인공은 되지 못하셨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하지만 OO와 계속해서 좋은 인연을 이어가셔서, OO의 주인공이 되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직 혹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또는 어쩌다 참가한 이벤트까지 다양한 표현으로 거절을 받고 있다. 모두 긍정을 담은 거절의 글이지만 처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곱씹어 보면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었나?' '내가 뭐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을 가졌다. 

 몇 번의 거절을 더 당한 이후에는 '나는 준비가 되었는데 아무도 왜 못 알아주지?'라는 생각을 가지며 그다지 높지도 않았던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꺼져버렸다. 


 상대방이 아무리 좋고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을 하더라도 마음이 급한 쪽에서는 상처를 받거나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본인처럼 한 글자씩 곱씹어 볼 테고, 어떤 사람은 잠시만 지나도 바로 털어버리고 다음을 생각한다. 나의 상황에서는 어떤 부분이 부족하겠구나, 아직은 이곳과는 연이 없구나 하면 된다. 


 아쉬운 마음이야 같다고 한다면 털어내고 다음 단계를 위해 일어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부정어들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위 사진만 보아도 우리는 그토록 많은 긍정의 단어만큼 부정의 단어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그중 한국어는 '잘도 그러겠다'라는 표현처럼 긍정+긍정=부정이 되는 마법의 언어다. 수많은 단어의 조합으로 부정을 나타내는 문장을 어떻게 하면 털어내고, 상처 받거나 우울해지지 않을까?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


 취업준비를 하면서 사람이 부정적이면 이 정도로 어둠의 기운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심지어 거절을 받는 기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감정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년 정기행사처럼 번아웃이 찾아오고 회복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졸업과 퇴직 이후에는 회복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준비하였다. 이 정도가 바닥이라고 생각했지만 바닥이 없는 롤러코스터처럼 어둠이 나를 감쌌다. 


 그럼에도 힘을 내고 회복을 할 수 있던 계기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것은 어쩌면 불변의 법칙이면서 마법과도 같은 것이다. 거절을 처음 받을 때는 심장이 뛰고, 내가 뭐를 잘못했지라는 생각에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러나 거절을 계속해서 받으면서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동일하지만 마음에서 내려놓는 시간이 짧아졌다. 최근에는 거절의 문자를 받아도 '나의 가치를 몰라보네', '더 좋은 일이 있을 거니까 여기서 거절했겠지'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인이 헤어져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다들 말한다. 거절 또한 다르지 않다.


 또 하나의 계기는 본인이 잘하고 있음을 확인할 때다. 얼마 전 국비교육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그간 공부를 했던 블록체인이란 영역에서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 짧은 경력에 멘토로 고용하는 입장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졸업, 재학증명서 다 보내라 했다.) 

 막상 교육생들과 대화는 재미있고, 흔히 궁금해하는 부분들이었다. 대답을 하기 용이했고, 내가 아는 부분에서 아낌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심지어 교육생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어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교육이 끝나고 카페에 가면서 문득 '아 나 정말 열심히 했구나''누군가한테 조언을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일했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간 즉 경력 연차가 더 중요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못난 것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구직자 혹은 백수로 있으면서 많은 감정의 경험과 소비를 하고, 사회가 바라보는 것을 조금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나

 

 예전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연초에 적은 글에도 보면 알겠지만 올해의 목표는 재미있는 한 해를 보내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2019년 혹은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 글쓰기 프로젝트를 다시금 시작할 예정이다. 얼마 전 00 기업에서 여행을 보내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면접을 보러 갔었다. 면접을 보면서 옆에 계시던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기억 그리고 생각을 담은 책을 써야겠다 싶었다. 

 앞으로는 억지로라도 글을 써볼 생각이다. 내 마음을 정리하고 남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공부도 소홀히 해서 얼마 전 시험도 잘 안 풀린 느낌이지만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내가 못난 놈이 아닌 것을 알기에 더욱 재미있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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