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희망 속의 균열

1-1: 형제가 함께하는 아침

by 야매해리

‘달그락달그락’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는 언제나 같은 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창밖으로는 옆집에서 들려오는 설거지 소리와 어깨너머로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희미한 음악. 가끔 어르신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뱉는 투덜거림이 귀에 맴돌다 사라졌다. 민수는 살짝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옆을 바라보았다.

“진우야, 일어나야지.”

작은 방 한쪽에 돌돌 말려 있는 이불속을 두드리며 민수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진우는 대답 대신 더 깊이 몸을 움츠리며 얇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5분만 더… ”

진우의 작은 목소리가 이불속에서 나왔다. 민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이 장면이 민수에게는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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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뒤에 안 일어나면 내가 밥 혼자 다 먹어버린다.”

민수는 농담처럼 말하며 작은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고를 개조한 듯한 집은 부엌과 방 사이의 문턱마저 불완전했지만, 민수에게는 눈감고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공간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반쯤 남아있는 김치와 달걀 두 개가 전부였다. 민수는 고민 끝에 달걀 하나를 꺼내고 남은 밥을 데우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오래 사용한 전자레인지 소리가 방 안의 소리를 가득 채운다.

밥을 데우는 동안 민수는 상을 꺼내 행주로 닦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은 간단히 계란밥으로 해야겠다. 다음 주 월급날까지만 버티면 좀 나아지겠지.”

아침이 준비되었을 때쯤, 진우가 이불을 끌어안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민수는 밥상을 들고 오며 말했다.

“얼른 눈곱 떼고 이불 치워. 밥 식는다.”

진우는 억지로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어차피 형이랑 나눠 먹을 건데 왜 이렇게 급해…”

진우는 식탁에 앉자마자 달걀 프라이를 먼저 집어 들었다. 민수는 그런 진우를 보며 웃음 짓고는 말했다.

“밥도 먹어야지. 그거 하나로는 배 안 찬다.”

“응! 그런데 이거 맛있다. 형, 나 계란말이도 좋아하는데, 다음에는 계란말이 해줄 거야?”

“다음에는 계란말이도 해줄게. 근데 조건이 있어.”

진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조건이 뭐야?”

“내일은 좀 빨리 일어나는 거.”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민수는 빈 그릇을 치우며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출근해야 하니까 너도 조심히 놀아. 골목에서 너무 멀리 나가지 말고.”

“알았어. 걱정 마!”

“다녀올게. 저녁 전에는 올 거야”

민수는 바람이 들어오는 철문을 열고 골목길로 나왔다. 진우는 창문 너머로 형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좁은 골목 사이로 들려오는 민수의 휘파람소리가 진우에게는 가장 안도감을 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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