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보일 땐 잡일부터 해보자.
집안일이 참 소중해질 때
40대 초중반.
비어있는 통장.
매일 알바몬 클릭을 수십백 번 하는 일용직 근무자.
남보다 못한 부모란 생각에 연을 끊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고.
하나뿐인 형제는 폭언으로 두려운 공포의 존재.
더 쓰려다 더 써서 뭐 하나 더 초라해질 것 같아 쓰기가 멈춰진다.
돈은 많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많이 벌어야 할지 막막하고 내가 가진 재주는 없어 보이고,
꿈인지 망상인지 구분 못할 생각들만 희망이란 이름으로 붙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막막함에 둘러싸인 림보상태 마저 익숙한 패턴인지 너무 오래되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다 먹고 싶은 것들을 사 먹을 정도의 돈이 벌리면 그걸 소소한 행복으로 무기력과 우울감은 잠시 사라지고 약간의 희망을 품은 채 나름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다시 스스로에 대한 의심 혹은 결과에 대한 초조한 기다림을 이유로 다시 우울한 생각들에 휩싸이다 무기력한 림보상태로 들어간다.
'나 설마 이렇게 살다 죽게될건가...',
'이렇게 집에 밖인 살아있는 귀신처럼 .. 무언가에 갇힌 채로 .',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건가...'
꿈과 망상 사이의 희망이 만들어낸 평화로운 지옥. 딱 그 상태.
그런데 이제 이 상태에 들어와도 나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나를 드러내야 한다 세상을 향해.
그게 발가락 중 하나만 빼꼼 내보이는 정도라도. 머리카락 한올만 내보이는 정도라도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다 말해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 근거 없이 그냥 무. 조. 건 믿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저앉을 것이고... 그 뒤는 상상도 못 할 어둠이 드리워질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조차 하기 싫다.
이런 림보상태에서 무기력하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때는 그냥 무기력하게 그 상태에 주저앉으면 안 된다. 뭐라도 해야 해. 잡일. 허드렛일이 이럴 땐 최고의 부스터가 된다.
귀찮아서 미뤄놨던 방청소부터 시작한다. 청소포를 밀대에 끼고 창문을 다 연 다음 먼지가 내려앉은 방을 닦기 시작한다. 환기를 시키면 위층 아이들 소음에 몇 시간 못 자 묵묵하고 멍한 모드의 머리도 조금 가벼워진다. 이것저것 섞어 허기를 채우고, 중간에 세탁기 좀 돌리고 다행히 냉장고에 조금 남아있는 사과와 방울토마토를 먹어본다. 기운이 차려지고, 다시 무조건 믿고 나를 드러내는 일을 해본다.
이제 좋은 햇살 받으며 산책을 하게, 밖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