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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쩡 Dec 22. 2019

퇴사하고 싶지만

매일 같이 자유 도비를 외치는 1년 차 MD의 1주년 기념 회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은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자취 살림으로 요리하기"라는 매거진을 연재하며 먹고사는 이야기만 해왔다면, 이젠 내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온라인 쇼핑을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던 내가 어쩌다 보니, 이커머스 MD로 1년을 살았다.

이제 내 아이폰에는 쿠팡, 위메프, 11번가, 티몬, 배달의 민족, 마켓 컬리, SSG, 오아시스 마켓 등 쇼핑 앱만 40여 개가 넘게 깔려있다.


회사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어마어마함과 놀라운 고난과 역경을 지내고 버티다 보니, 24명으로 시작했던 동기들은 14명. 이제는 "도비는 자유예요!"를 외치더라도 몇 푼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 시간이 지났다.


입사 첫 달의 목표는 회사에서 울지 않기였고,  여러 번 볼을 씹으며 참아 냈다.

두 어 달의 교육을 받는 동안 함께 교육받던 동기들 중에 영업실적 꼴등을 기록했으며, 그 덕에 지망하지 않았던 패션 뷰티실로 발령받아, 그나마 나아 보이던 브랜드패션팀에서 일한 지 10개월이 되었다.


꼴등을 했던 내가 부서 배치 3개월 후에는 입사동기들 중 상위 몇 명만 받았던 인센티브를 받고, 어떤 달은 월급보다 많은 상여를 받으며 이만하면 조금 더 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버티다 보니 1년이 훅 지나갔다.

(역시 동기부여엔 돈이 최고다)


입사 6개월 차에,  울지 않기로 했던 다짐은 파트너사와 통화하며, 많이 힘드냐는 파트너사 대표의 말에 무너졌다. (네.. 대표님이 절 힘들게 했죠..)


입사 9개월 차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그녀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던 적이 있었으나, 견딜 수 없던 그녀가 나보다 먼저 팀을 떠나버리며, 조금 더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입사 1년이 된 이 시점에서 온라인 커머스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혀 몇 가지의 꼭지로 글을 써보고 싶다.


-커머스 MD의 하루

-같은 상품이 채널 별로 가격이 다른 이유

-당신이 산 물건이 최저가가 아닐 수도 있는 이유

-배송비 보다 싼 상품이 어떻게 무료배송으로 팔리는가

-상품 카테고리별 최저가 잡는 법

-왜 이렇게 최저가에 목숨을 거는가 등..


대학 졸업 후 취업했던 첫 회사를 두 달만에 미련 없이 때려치우고, 지금 이 회사를 다니며 매일 "퇴사하고 싶다! 회사 망해라!"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속일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은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흥미롭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게 돈 주는 회사는 싫지만 커머스는 재미있는 아이러니..


그러나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직무 특성상..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 큰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퇴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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