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하고 싶지 않은 이유

이성관계에 대한 단상

by 핫쩡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어쩐지 연애를 잘하고 싶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숨겨진 뜻은 연애 말고 사랑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와 연애에 들이는 시간과 감정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단순하게는 그 사람을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결론 내리면 쉽다. 그렇지만, 열정의 주인이 사랑이던 스무 살 무렵을 지나, 내 열정을 직장에서 하기 싫은 일 해가며 돈 버는 데에 조금,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 데에 조금, 가족들과 잘 지내는 데에 조금, 이런저런 신경 써야 할 곳에 조금씩 나눠 쓰다 보면 이제는 연애도 체력 싸움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상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와는 또 다른 문제다. 결과적으로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주어진 에너지 분배를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에너지 분배를 잘하는 것을 아직 못 배운 사람에게 한 가지 더 커다란 문제가 있다면, 과거에 열정적인 사랑을 한 번은 해봤다는 거다. 그래서 그 달콤함과 짜릿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에너지 소실을 걱정하며 나쁘지 않은 사람과 적당히 무난한 연애를 하자니 뭔가 아쉽다. 그렇다고 이 연애를 그만두자니 그만둘 만큼은 아닌 상황이다. 거기다 이기적인 사람은 내가 상대에게 잘해줄 에너지는 없으면서도 상대가 내게 조금 소홀하다 싶으면 가슴에 화르륵 불이 일어난다.


사람은 많이 만나볼수록 좋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람을 많이 겪을수록 당연히 경험치가 쌓여서 사람 보는 눈은 생기는게 분명하다. 그런데 살찔 거 알면서도 떡볶이에 치즈 사리 추가하고, 건강에 나쁜 걸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끌리는 건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 볼 수 록 내 취향을 알게 되며 알게 모르게 이런저런 조건이 생긴다. 모르는 게 약 이라는 말이 있듯, 이성을 만나는데 이런저런 조건이 생기는 순간 순수한 열정으로만 사랑하는 건 이제 물 건너 간 일이다.


아 점점 연애가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순수한 열정에 미련이 남아 계속해서 연애와 사랑에 대해 두리번거린다. 연애가 하기 싫다고 하면서 또 연애를 시작하고,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어쩌면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의 달달한 행복을 내 일상에 데려다 놓을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서운함이 줄어들겠으나 그러려면 로맨스 영화의 장르가 판타지/SF로 바뀌어야한다. 그럼 그때는 내 기대를 버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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