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백수의 뻘 생각

by 핫쩡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아니 사실은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다 보면 답답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죽어버리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자살을 생각한다는 건데, 자살 자체를 터부시 생각하는 사회에서 죽고 싶다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내뱉은 말에 대한 무게보다 훨씬 더 무거운 걱정을 받게 되거나, 너만 힘든 거 아니란 식의 꼰대 같은 조언 혹은 나도 힘들다며 더 버거운 감정들이 넘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어남을 직접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스스로 삶을 중단한다는 것이 우발적이지 않다는 전제를 둔다면 인생을 자기 맘대로 마무리 짓는 게 조금은 대단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죽을까에 대하여 동생과 심도 있는 토론을 했다.


"손목을 긋는 거 어때?"

"제대로 하려면 손목이 거의 달랑달랑 해질 만큼 세게 깊게 그어야 하는데 가능?"

“아니…"

“그러면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건?"

"재수 없을 경우 살아. 근데 반 병신인 채로 살아나면 그대로 쭉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해."

"아 안 되겠다.”

“연예인들 많이 하는 그런 건? 수면제 먹고 번개탄 피우고?”

"두 가지 문제가 있어. 일단 수면제를 구하기 어려워. 그리고 번개탄 피우면 잠든 채로 곱게 편히 가는 게 아니고 죽기 전에 위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있대"

"아 아프게는 싫어. 안 되겠다.”


나보다 분명 세 살이 어린데 시니컬하게 삶을 바라보는 동생의 답은 가끔 나보다 열 살은 많은 큰언니 같다.


어느 미인대회에서 죽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거 같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한 참가자가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식의 조언을 해주겠다고 말했고 심사위원들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지혜로운 그녀는 죽는 게 사는 것에 비해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편하게 잠든 상태로 죽을 수 있게 스위스 어딘가는 인간의 안락사가 가능한 곳도 있다는데 엄청 엄청 비싸다고 한다. 근데 그럴 돈 있으면 아마 더 살고 싶을 테니 그 방법도 아니다.


아 생만 선택한 적이 없는 건 줄 알았는데 죽는 것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낮밤이 바뀌니 생각이 많아지고 엄마한테 등짝 후두려 맞을 뻘 생각이나 하는 것 같다. 잠이나 자라 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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