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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쩡 Jan 18. 2022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나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자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얼마 전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홍철책빵에서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초콜릿 케이크를 시켰다.

초콜릿 케이크는 노홍철스러운 얄궂은 스티커들과 패키지가 함께 왔고, '노홍철 천재'라고 쓰여있는 더스트백도 동봉되어 왔다.


 어느 날 방송에서 그가 초콜릿!! 단거!!라고 외치며 초코 분수를 환장하고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초콜릿과 단 것을 미치게 좋아하던 그는 빵가게를 차려 브라우니를 만들어 신세계에 입점시켜서 팔고, 인스타그램으로 초콜릿 케이크를 판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 케이크를 사람들은 구매한다. 그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걸 사업화해서 돈을 번다.

그를 내가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건 아닌데, 요즘 들어하고 싶은 거 정말 다 하고 그걸로 돈까지 버는 그가 정말로 천재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인기였던 '먹보와 털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도 그렇다. 마흔이 넘어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그는 바이크를 타고 남의 돈으로 여행 다니며 출연료도 받아간다. 몸에 넷플릭스 로고 문신을 새길만큼 시리즈 내내 넷플릭스를 외쳐가며 넷플릭스 대표를 아버지라고 부르던 노홍철. 내 생각엔 언젠가 그는 정말 미국 땅에서 넷플릭스 대표를 만날 것만 같다.




 최근 나는 그의 말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정말로 반 백수의 삶을 살 고 있다. 조금 배고파졌지만 딱 그만큼의 자유가 생겼다.

 퇴사하고 운동에 진짜 거의 반 미쳐 살면서 바디 프로필까지 찍었고 그 과정을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더니 협찬 제안들이 들어왔다. 골프, 크로스핏, 호신술, 필라테스, 요가 등 다양한 운동들을 무료로 배웠다. 아직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하고 싶은 것을 돈 안 들이고 하는 지경 까지는 왔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으니 주변에서는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겠다.” “용기 있다.”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다.


 그렇지만 가끔 아니 솔직히는 자주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생각한다. 안정적인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바쁘게는 사는데 도대체 이게  위한 바쁨인가 현타가  적도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이 맞긴 하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고, 이성적으로 네가 선택한 것인데 불평을 가지는   너무 배부른  아니냐며 스스로 몰아세우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점점 가벼워지는 통장잔고가 나를 몰아세우는데 가장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가난한 자유는 역시  성정과는 조금 맞지 않다.


 그래도 서른이 된 올해는 조금 더 나에게 관대해지고 싶다. 노홍철처럼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본인을 천재라고 지칭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존감 높은 삶의 태도를 가지려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한 선택이 정말 내가 한 게 아닐 수 도 있다고.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걸 수 도 있으니 너무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고 남 탓을 하며 살아도 된다고.

 선택에 대해 이토록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선택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사는 인생 잘 살려고 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지고 선택이 더 무거워진다. 어차피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인데. 결과만 보지 않고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태도를 지향해 보려 한다. 그러려면 하고 싶은 거 하고 산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삶의 방향을 제대로 탐색해야겠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


 주변에서 곧 서른이네? 하며 놀릴 때는 딱히 감흥이 없었다. 스물아홉에서 서른 되는 날 우리 엄마는 펑펑 울었다던데 딱히 나는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아 , 근데 갑자기 이 무슨 철학인가 혹시 이게 바로 노화과정인가.

서른. 단어가 주는 무게가 은근히 빡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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