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께하는 일상 - 한 여름의 일본 여행 편 2

둘째 날, 우메다 탐험 여행

by 완소준

시차 적응이 필요 없기도 하고 어제 일정이 고되었는지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9시 비행기 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 어제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았다.

침대에서 뭉그적 대며 오늘 하루는 어딜 가서 뭘 하며 놀까~ 민이와 고민을 했다. 이게 여행의 행복 아닐까.


어제 전철 광고에서 본 오사카 자연사 박물관에서 하는 '특별전 네코 야옹'을 구경 갈지, 오사카 주택 박물관을 갈지 저울질했다.

핸드폰으로 후기를 몇 개 찾아보고 숙소에서 가깝고 일본 옷을 입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주택 박물관으로 결정했다.


여행 출발 전 숙소 고를 때 오사카에서 우메다, 난바, 덴노지 등 어느 지역에 머물까 고민이 되었다.

오사카를 여러 번 방문해서 여러 숙소에서 머문 게 아니기에 정확한 지식은 없다.

고민에 대한 정답은 안 되겠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공유하자면, 우리는 우메다, 난바, 교토에서 머물렀는데 차이가 있었다.


우메다 주변의 건물들이 보다 신축 같았다. 관광지라는 느낌은 덜 하지만 오피스와 백화점으로 가득한 도심이랄까. 숙박도 비즈니스호텔 위주라 그런지 좁지만 쾌적하다고 느꼈다.

교토는 환승 없이 한방에 갈 수 있었고, 고베나 나라 가기에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우메다 역 자체가 너무 크고 복잡해서 오히려 힘들 수도 있다. 나랑 민이도 우메다의 그 큰 지하상가를 몇 번을 지나다녔는지 모른다.


난바는 관광지, 상업 구역 느낌이 더 강했다. 숙소도 길거리도 우메다의 깔끔한 느낌은 아니긴 했지만 아, 여기가 오사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도톤보리에 가기 편했다.

하루만 숙박한 난바보다 우메다 위주에서 머문 이유는 구글 지도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 교통편이 편리해 보여서였다.


두 번째 날은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놀러 다녀서 어딜 다녀왔는지에 대한 그저 시간 흐름의 글이 될 것 같다.

전설의 뮤츠도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우메다역 반대방향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큰 공원을 지나갔다. 공원에서 수십 명이 모여 체조를 하고 있는데 어릴 때 했던 동작도 라디오에서 음악도 국민체조와 비슷하게 보였다.


덴진바시 역에서 내려 민이를 꼬셔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나는 소고기집 가는 것보다 맥도날드 가는 게 더 좋다. 물론 민이는 소고기집을 몇 만배 더 좋아한다.

다른 나라의 맥도날드가 너무 궁금해서 미국, 영국 가서도 맥도날드 한 번은 꼭 갔지만 솔직히 각 나라의 엄청난 특색은 잘 모르겠다. 많은 나라를 가본 건 아니지만 어디든 비슷하게 다 너무 맛있다.

여긴 음료 메뉴 중 메론소다(일부러 멜론소다라고 적지 않았다.)가 있었는데 짭짤한 후렌치프라이 한입 먹고 메론소다 쭈욱 들이키면 정말 미칠 것 같다.

크게 다를 것 없지만 맛있는 맥도날드 햄버거

주택 전시관은 바로 앞 큰 빌딩에 있다. 따로 예약은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서니 매표소 직원분이 전시회를 같이 보면 할인해 준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길래 무슨 전시인지도 모른 채 2,000엔을 냈다.

역사 관련된 층을 대충 쓰윽 보고 오사카의 옛 주택들이 재현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일본 의상을 대여해서 입고 주택들을 돌아다닐 수 있다. 금액이 기억 안 나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별도 예약 없이 무더운 날에 시원한 실내에서 전통 의상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몇 분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전통 마을, 귀멸의 칼날 도공마을 가고 싶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옷을 반납한 후에 미니어처와 종이 재질로 마을을 재현한 전시를 구경했다. 기대 이상 이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실감 나는 게 볼 맛 난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원플러스 원으로 구매한 다른 전시회장에 들어갔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일본 화장품, 화장 제품, 뷰티 잡지 등에 대한 역사 전시였다. 일본 특유의 기괴한 내용이 기억에 남았고, 예전 화장품 광고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개화가 빠른 일본의 영향을 우리가 받은 건지 싶다.

여유 있게 전시회 하나쯤 구경하는 것도 여행에서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가 많긴 한다

덴진바시에서 알찬 오전을 보내고 다시 우메다로 돌아갔다.

민이가 노래를 부른 대파 타코야키를 먹으러 가야 했다. 대기 줄이 있었지만 민이는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데 이깟 줄이 대수냐 하며 행복하게 줄을 서러 갔다. 나는 사실 줄 서서 음식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에서 큰 행복을 느낄 줄 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온 여행인데 함께 즐거워야지'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기대에 가득 차 행복한 민이 얼굴을 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줄을 서게 된다.

나름 그늘에서 대기할 수 있게 직원분께서 줄 관리를 잘해주신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다코야끼를 한입 베어물고 미니 맥주를 한 모금 넘기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근처 다이마루 백화점에 가서 포켓몬 센터와 닌텐도 샵 등등을 구경하며 덕질하고 나왔다. 백화점 디저트도 한입 했다.

사실 주말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어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다시 가보고 싶다.

너무 사고 싶었지만 못샀다.
어딘지 몰라 다시 찾아 가라면 못 찾아갈 스시집

백화점에서 나와 근처 스시 전문점을 찾아갔다.

미리 찾아본 식당은 아니고 구글 평점 보고 선택했는데 최고였다. 깔끔한데 맛도 있었고 친절하셨다.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우산 하나 가져가라고 계속 주려고 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리 찾아 놓고 먹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기대도 크고 그만큼 실망도 클 것이다.

따로 찾거나 준비하지 않고 운명에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패하면 준비 안 한 내 탓, 성공하면 기대치 못한 결과이기에 인한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미리 준비하지 말자' 라는 강요는 아니고 변명이다.


저녁에 뭐 할까~ 같이 고민하던 중 우메다 스카이빌딩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

해 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스카이 빌딩에 가기 전 오사카에서 제일 큰 미즈노 매장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다리가 좀 아파지기 시작했으나 우메다 지하상가를 관통해 도착했다. 이 주변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아 보였다. 들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미즈노 매장은 무려 7층으로 되어 있다. 우메다에서 추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일반 의류, 신발부터 시작해서 축구, 야구, 유도, 수영 등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7층까지 있기에 구경하는데만 한 시간 이상 걸렸다. 한국에선 구하기 힘든 미즈노 물건들을 보니 눈이 돌아갔다. 즉, 한 시간 내내 눈이 돌아가 있었지만 지갑사정을 생각하며 러닝 티 하나만 샀는데 더 사 왔어야 했다. 촌스럽지만 그 나라 브랜드 물건 사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여섯 시쯤 일몰 전 애매한 시간에 우메다 스카이빌딩으로 향했다. 걸어서 15분 거리로 거리까지 애매하길래 걸어갔다.

입장료를 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남산타워처럼 창 안쪽에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 층 더 올라가면 야외 정원이 있다.

일몰 전이라 야경은 아니지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햇살로 뜨거웠던 하루가 저물어 가는 뜨거운 푸른색과 식어가는 회색이 섞여 있는 배경에 오사카라는 풍경이 담겨 있는 걸 보고 있으니 하루의 고됨이 싹 가셨다.

물론 그 고됨도 행복한 고됨이지만. 뭐 하고 놀지라는 고민만 하다 보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을 수도 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다시 맥주와 간단한 끼닛거리를 시켜 테이블에 앉아 쉬며 한숨 돌렸다.

해가 완전하게 떨어지니 창 바깥세상엔 어둠과 밝은 불빛들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다시 전망대로 올라가서 야경을 보니 낮에 봤던 광경만큼이나마 멋있었다. 해가 지니 관광객들이 많아 정신없었지만 민이를 진정시키며 명당 욕심을 버리고 적당히 보이는 곳에 기대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빛을 흩뿌리며 지나다니는 전철들이 보였다. 장난감 레고 기차 구경하듯이 구경했다.

야경 보며 민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기념 마그넷 하나 사고 내려왔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의 줄이 아까의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였다. 타이밍 맞춰 잘 구경했다고, 애매한 시간이 아니었다고 민이와 함께 희희낙락 만족해하며 내려와 우메다 지하상가 식당가의 마감세일을 털며 숙소로 향했다.


둘이서 여기저기 정신없이 쏘다녔다는 말이 어울리는 하루였다. 더위에 영향받지 않은 나름 괜찮은 일정이었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갔던 길 또 가며 꾸준히 헤매기도 했고, 아쉽기도 한 선택들도 있었지만 결국 다 이게 경험 아니겠는가.

뭐가 부족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민이 그리고 우리가 더 행복하고 즐길 수 있었겠는지 이 글을 작성하며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정신 없이 여행 다녀와서 한 번쯤은 이렇게 뒤돌아보는 것도 좋은 시간과 여행의 연장,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겠다.


마무리
덴진바시 -> 오사카 시립 주택 박물관 -> 우메다 역 남부 -> 다이마루 백화점 -> 우메다 역 북부 -> 우메다 스카이 빌딩 -> 복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함께하는 일상 - 한 여름의 일본 여행 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