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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일상 - 한 여름의 일본 여행 편 3

셋째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

by 완소준

평소 잘 적지 않던 글이라는 걸 연재하려 보니 드는 생각이 많다. 쓰고 다시 읽어보면 어순이나 조사가 어색하기도 하고, 어휘도 단순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게 눈에 적지 않게 보인다.

내용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더 깊다. 작문은 꾸준하게 많이 써봐야 실력이 늘겠다는 생각이라도 들지만, 글 알맹이에 대해선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디딘 나로선 관심도와 유익함을 걱정하기 앞서 우선 기본적인 글 솜씨를 늘리는 연습이 필요하단 생각으로 오사카 여행기를 꾸준히 작성해보려 한다.
음정 연주부터, 파이썬 문법부터 공부한다는 다짐으로 하되 매 편마다 미세하고 사소한 팁 정도는 담아 공유하고 싶다.


셋째 날은 다시 일찍 기상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예약이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고민한 일정이었다. 여름방학일 텐데 붐비지 않을까? 야외인데 돌아다닐 수 있을까? 닌텐도월드 확약권이 포함된 티켓을 사야 할까? 등등 내적 갈등이 있었다.

위 3개 고민의 주관적인 답은 X, X, X이다.

X1: 여름 방학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보였다.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여름방학인 것 같았다.


X2: 첫날과 둘째 날은 실내 위주로 다녔고 야외 일정도 저녁 무렵이었다. 양산과 손풍기와 함께 충분히 다닐만했었다. 하지만 유니버셜은 다르다. 지하상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늘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는 더위를 직방으로 맞아야 한다. 그래도 꼭 가고 싶다면 그래도 말리고 싶다.

X3: 유튜브에서 닌텐도월드 영상을 봤기에 안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인기가 너무 많아 입장조차 힘들다고들 했다. 유니버설 입장 티켓에 몇 만 원 추가하면 무조건 닌텐도 월드에 들어갈 수 있는 확약권을 살 수 있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오픈 런 도전해 보자라는 민이의 용기 있는 선언에 결국 확약권을 사지 않았다. 결론은 닌텐도월드에 입장 성공 했고, 추가 지출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섯 시 반쯤 일어나 여섯 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우메다역에서 출발했고 니시쿠조에서 한 번 환승해서 20분 정도 걸렸다. 누가 봐도 유니버설 가는 사람들을 따라가니 어렵지 않았다.

여섯 시 반 조금 넘어 도착해서 어디로 가아하나 눈치 보다 줄 하나를 골라 대기했다. 태양이 완전히 뜨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더웠다. 다만 아직 손풍기와 양산으로 버틸 수 있었다.

미리 다운로드한 유니버설 어플에 입장권을 등록하고 이삽십여분을 기다렸을까 7시 10분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민이와 총총걸음으로 닌텐도 월드 방향으로 걸어갔다. 동시에 손은 어플로 닌텐도월드 입장 예약을 하려 했으나 집중이 안되어 잠시 멈춰 선 채 어플에 몰두했다.

손이 그렇게 빠르지 않음에도 충분히 예약에 성공했다. 다만 굉장히 애매한 시간을 선택해 버렸다.
각자 어플에 입장권을 등록하지 않고 어플 하나에 입장권 둘 다 등록하는 게 닌텐도 월드 예약에 훨씬 좋다.

한 물 간 죠스 테마파크에서 상어와 사진도 찍고, 배를 타고 죠스 잡으러 탐험하는 어트랙션 하나 탔다. 직원분이 선장 연기를 하시는데 일본 감성 연기가 인상 깊고 좋았다.

들러리인 죠스를 뒤로 한 채 닌텐도 친구들을 만나러 닌텐도 월드로 갔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와..' 하는 감탄이 나왔다. 거의 5만 원 돈인 닌텐도 손목시계를 가진 아이들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닌텐도 콘텐츠를 즐기고 있었다. 이게 IP와 캐릭터의 힘인가 싶었다.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유니버셜 입장하고와 닌텐도 월드, 사진을 참 못 찍는다.


하지만 감성과 동심이 충만하지 못한 지 마음속 감탄보단 '흠. 잘 만들었군. 그럴 듯 해. 에버랜드는 왜 이렇게 안 하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민이도 나도 어트랙션 욕심이 많지 않았지만 한 개 정도는 타봐야지 하고 마리오카트로 갔다.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한 것 같다. 그래도 실내에서 기다릴 수 있어서 천국이었다. 지루하지 않도록 내부에 구경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고 꾸며 놓았다. 덕분에 기다림의 지루함이 절반정도는 사라졌다.

머리에 착용하는 VR 장비를 받고 카트에 올라타니 진짜 마리오 카트 레이싱에 참가하는 느낌이 났다. 솔직히 어트랙션 자체는 그렇게 재밌지는 않고, VR 티가 아직 많이 났다.

눈 돌아가는 기념품샵 구경하고, 민이와 함께 월드 배경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삼각대도 없고 셀카로 찍자니 환상적인 풍경이 보이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

기다리는 내내 구경거리가 정말 많다.


인파로 북적이는 닌텐도 월드를 나와 어디로 갈까 살짝 방황하다가 해리포터 마을로 갔다. 열 시 반쯤 식당으로 갔는데 식당마저 대기가 있었다. 심지어 그늘도 없는 야외에서 기다리려니 솔직히 죽을 맛이었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메뉴 2개와 디저트 그리고 커피 한잔 버터맥주 두 잔 잔뜩 시켜 자리에 앉으니 살 것 같았다. 8,500엔이나 나왔는데 비싸다는 생각 보단 빨리 앉아 먹고 마시고 싶었다.
해리포터 여관 배경에서 달달한 버터맥주(알코올 없는) 한 모금하니 더위와 짜증이 잠시 가셨다.

호그와트를 보며 감탄하고 신비한 동물 체험도, 지팡이 샵도 구경하고 해리포터 마을에서 나왔다.

해리포터 어트랙션도 하나쯤 타보고 싶었지만 더위와 인파 속에서 대기할 엄두가 안 났다.

버터 맥주지만 알콜은 없다. 달달하고 시원하다.

유니버설 어플을 보던 중 귀멸의 칼날 어트랙션이 있는 걸보고 이건 못 참겠다 싶어서 도공마을로 발걸음을 향했다. 대기 줄 위에 천막과 선풍기가 달려있는 걸 보고 함께 기다리자고 마음먹었다.

워터 퍼레이드와 내부 대기에 들어가면 있는 귀멸의 칼날 조형물과 영상을 구경하며 기다렸다.

역시 VR이였고, 무서움은 속도 빠른 신밧드의 모험 정도였다.

귀멸의 칼날이니까 만족했지 솔직히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가상 놀이동산도 생기지 않을까? 적당한 기구와 VR 콘텐츠만 있으면 충분히 스릴과 쾌감을 집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딘가에서 VR 체험을 했었는데 옥상에서 떨어질 때 실제로 주저앉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역시 눈 돌아가는 기념품샵에서 쇼핑 후, 미국 마을과 미니언즈 마을을 구경하고 오후 4시쯤 유니버셜에서 나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이젠 집 같은 우메다로 돌아와 민이가 또 노래를 부른 당고와 빙수를 먹었다.

아, 당고는 무조건 먹어야 한다.

욕심부린 민이는 당고만 3개

민이와 호텔에 있는 코인 세탁기, 건조기로 빨래를 했다. 아기자기한 샤프 세탁기, 건조기였다. 한참 헤매긴 했는데 짜임새 있는 게 정말 일본 감성 자체였다. 심지어 건조기엔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었다.
샤프 흥망성쇠 이유를 간접적으로 살짝 느껴볼 수 있었다.


휴식 후 저녁 먹으러 호텔 근처 골목에 있는 오코노미야끼 식당을 찾아갔다. 관광객은 없고 현지 아저씨, 아주머니들만 조금 계셨었다. 직원 분도 살짝 무서워 걱정 됐지만 기우였다.
여행 중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맛있는 거 먹는다고 행복해하는 민이와 츄하이와 맥주 두어 잔 함께 마시니 더 행복할 수 없었다.
배부르게 계산 후 나와 초코 아이스크림 베어 물며 내일 어떻게 놀지만 걱정하면 되니 신선이 따로 있을까.

최고의 저녁
최고의 디저트

유니버셜은 날씨도 인파도 체력도 나이도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적어도 저 네 가지 중 두 개 이상이 아쉽지 않을 때 갔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열정으로도, 돈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정보단 편안함이 더 가까와지도록 세월이 흘러가는 걸까. 세상엔 내가 닿아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시간은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녹아 흘러만 간다.

아, 그런데 민이는 덥다, 힘들다, 괜히 왔다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무슨 힘으로 이겨내는 걸까. 즐거움으로 잊는 걸까? 이겨내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궁금하니 인터뷰해 봐야겠다.


마무리
유니버설 스튜디오 -> 숙소 -> 우메다 골목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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