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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개 마냥 클래식과 친해지기 4

7. 페르시아 시장에서 / 8.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f단조 op. 36

by 완소준

페르시아 시장에서,

지난 글에서 리쌍 이야기를 적기 위해 인터넷을 보다가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리쌍 부르쓰'가 케텔비의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라는 클래식을 샘플링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케텔비라는 음악가는 처음 들어봤다. 찾아보니 영국의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라고 한다. 1875년생이라고 하니 1830년 생인 차이코프스키, 1756년생의 모차르트보다 우리 시대에 더 가깝다.

'페르시아 시장에서' 곡은 1920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러면 클래식인가? 궁금해져서 어디까지 클래식으로 부르는가 찾아봤다. 여기저기 정보가 다르지만 20세기 전반까지의 고전음악들을 일컫는 표현이다.라고 하니 1920년은 클래식의 범주에 들어가는 건가? 지휘자님께 여쭤봐달라고 하고 싶다.


민이도 이 곡은 익숙하지 않다고 하고 들어보더니 소품 같다고 했다.

소품은 영어로는 'Short Piece' 즉 짧은 작품이다.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테크닉이 들어가 있지 않으며 가장 유명한 소품으로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있다고 한다.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는 중동 시장의 생기 넘치는 풍경을 묘사한 곡이다. 도입부를 들어보면 중동스러운 행진곡과 상인 느낌의 음성이 들려 약간 생소하다. 그러다가 우아하고 세련된 멜로디를 첼로 수석이 솔로로 연주하고, 오케스트라가 다시 웅장하게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정말 매력적이고 중독된다. 리쌍부르쓰에서는 이 멜로디가 이렇게 우아한지 몰랐다.

그 후에도 동양의 시장을 묘사하는 듯 음악이 계속 이어지는데 곡만 들어도 그 풍경이 묘사된다. 흥얼거리며 들으면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6wsRgOEH4-k&ab_channel=AmbrosianChorus-Topic


연주마다 템포도 다른데 리쌍부르쓰처럼 살짝 늘어지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JTgpSpmJBmc&ab_channel=Leessang-Topic

가장 아름다운 가사와 함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f단조 op. 36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9267107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차이코프스키 곡의 매력을 크게 느끼고 다른 곡도 들어보고 싶었다. 4번 교향곡이 아무래도 인기 있는 것 같으니 들어보라고 민이가 추천해 줬다.

처음엔 솔직히 잘 모르겠었다. 시작부터 몰아붙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우울하면서도 따뜻해지는 듯하고 다시 또 갑자기 몰아치고 다시 평화로워지니 갈피가 잡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니 절망과 희망이 뒤섞이는 듯한 흐름에 관악기의 서주 멜로디가 잘 어우러지는 게 매력적이었다.


차이코프스키는 실패한 결혼으로 인해 감정 기복이 심하고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에 이 곡을 만들기 시작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철도 갑부 미망인인 폰 메크부인의 후원과 도움을 통해 결국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아래는 차이코프스키가 폰 메크 부인에게 직접 쓴 1악장 설명이라고 한다. 편지 내용이 100% 공감은 되지 않지만 편지를 읽고 곡을 다시 들어보면 마음에 좀 더 와닿는 것 같다.

거액의 후원자 폰 메크 부인과 천 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This is Fate: this is that fateful force which prevents the impulse to happiness from attaining its goal, which jealously ensures that peace and happiness shall not be complete and unclouded, which hangs above the head like the sword of Damocles, unwaveringly, constantly poisoning the soul. It is an invincible force that can never be overcome — merely endured, hopelessly.

이것이 운명이다. 행복에 대한 충동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운명적인 힘이며, 평화와 행복이 완전하고 흐릿하지 않도록 질투스럽게 보장하며, 다모클레스의 검처럼 머리 위에 매달려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영혼을 독살한다.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힘이고 그저 절망적으로 견뎌낼 뿐이다.


The bleak and hopeless feelings grow stronger and intense. Is it not better to escape from reality and to immerse oneself in dreams:

암울하고 절망적인 감정은 더욱 강해지고 강렬해진다. 현실에서 벗어나 꿈에 잠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Oh joy! Out of nowhere a sweet and gentle daydream appears. Some blissful, radiant human image hurries by and beckons us away:

오 기쁨이여! 갑자기 달콤하고 부드러운 백일몽이 나타난다. 행복하고 빛나보이는 모습이 재빨리 지나간다.


How wonderful! How distant the obsessive first theme of the allegro now sounds! Gradually the soul is enveloped by daydreams. Everything gloomy and joyless is forgotten. Here it is, here it is — happiness!

얼마나 멋진가! 알레그로의 강박적인 첫 번째 주제가 지금은 얼마나 멀리 들리는가! 점차 영혼은 백일몽에 싸인다. 우울하고 기쁨 없는 모든 것이 잊힌다. 행복이 여기 있다, 여기 있다!


No! These were daydreams, and Fate wakes us from them:

And thus all life is an unbroken alternation of harsh reality with fleeting dreams and visions of happiness... No haven exists... Drift upon that sea until it engulfs and submerges you in its depths. That, roughly, is the programme of the first movement.

아니! 이것들은 백일몽이었고, 운명은 우리를 백일몽에서 깨운다. 그리고 모든 삶은 혹독한 현실과 덧없는 꿈과 행복에 대한 환상이 끊임없이 번갈아 가며 반복되는 것이다... 안식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바다에 떠다니다가 바다가 당신을 삼켜 그 깊은 곳으로 가라앉힐 때까지.


그가 겪은 괴로움을 감히 내가 전부 알 수 없겠지만 부러웠다. 그에게 음악이 고뇌의 탈출구였을지 아니면 영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표현해 낸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고통을 회피하는 게 전부인 나는 갖지 못한 천재적인 재능이 부러웠다.


악장과 악장 사이,

눈으로 보면서 곡을 들으면 더 좋을까 싶어서 오케스트라 연주 유튜브 영상을 몇 번 봤다. 우연찮게 댓글을 보는데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에 대한 비난 댓글이 있길래 궁금해서 민이에게 물어봤다. '비매너야? 악장의 끝인지 모르면 어떡해?'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건 예절이다. 다만 그걸로 욕하거나 비난할만한 건 아닌 것 같다는 민이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아타카'라고 악장과 악장 사이를 쉬지 않을 때도 있고 마지막 여운까지도 곡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박수를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잘 모르겠다면 다른 관객들 보고 눈치껏 하라고 한다. 지휘자가 지휘를 마치고 뒤돌아 서서 인사할 때 쳐도 된다고 한다.


편지 출처: https://en.tchaikovsky-research.net/pages/Letter_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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