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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개 마냥 클래식과 친해지기 5

9. 생각주머니 / 10.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e단조 op64

by 완소준

생각 주머니 유지하기,

생각 주머니라는 말을 자주 사용 한다. 일이나 공부할 때, 그리고 게임이나 운동 혹은 뭔가 결정할 때도 생각 주머니를 통해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자주 고장 나는 것 같다. 자꾸 주머니가 꺼지거나 오류가 생긴다. 특히 생각을 오래 지속하는 게 힘들다. 일 하다가도 다른 일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교차로 일 하게 된다던지, 무언가 하다가 뜬금없이 다른 생각으로 빠져 놓치기도 한다.


버스 기다리다가 도로 위의 자동차들을 보며 자동차 공장이 생각나고 미국이 생각났다가 미장이 생각나고 내 주식이 생각나서 주식 어플을 켜다가 버스 놓칠뻔한 적도 있다.

머릿속이 점점 잘게 쪼개져 힘 있지 못한 채 생각의 줄기가 얕아져 파편화된다. 생각의 흐름과 방향은 점점 더 갈피 잡기 힘들어진다.


핸드폰 배터리를 오래 쓰면 금방 방전이 되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가면 원래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일정에 쫓겨 시간과 머리를 쪼개 써야 하는 게 습관 되다 보니 이렇게 되어가는 거 같기도 하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확실하다.


SNS를 하진 않지만 유튜브나 SNS의 쇼츠들도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짧은 시간만 집중하면 되니 짧음에 익숙해진다. 심지어 새로 나온 3분짜리 쇼츠도 길어서 온전히 보지 못하고 넘겨본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이나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도파민 가득한 짧은 영상들을 보거나 듣기보다 클래식을 들어보려고 한다. 가요와 비교하면 짧지 않은 시간이기에 온전히 몰입해서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선율과 리듬을 집중해서 10분 내외 한 악장 정도 듣는 건 하루에 한 번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클래식뿐만 아니라, 책과 영화도 다시 조금씩이라도 챙겨 보려고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요점과 주제만 빨리 원하는 태도와 마음도 없애야겠다.

경솔하고 가볍기보단 긴 호흡을 갖고 지혜롭게 생각할 수 있는 생각 주머니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e단조 op64,

교향곡 4번을 추천해 줬던 민이는 자신은 5번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5번이 훨씬 로맨틱하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들어보니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4번은 격정적인 청년의 우울함이라면 5번은 더 깊은 우울함 같았다. 우울함이 오래되어 썩어 문드러진 기분이랄까.


그러한 첫인상을 주는 멜로디는 도입부에 클라리넷이 연주하는데 곡 전반에 걸쳐 계속 나온다. 마치 어두운 색의 실로 모든 악장을 꿰고 있는 것 같다. (4번과 달리 전 악장에 계속 나온다.)

이를 위로해 주는 듯한 현악기의 멜로디가 이어지는데 강하진 않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계속 흘러다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통곡인지 극복인지 낙관인지 알 수 없겠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시들어버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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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교향곡을 완성하고 10년 정도 후에 이 5번 교향곡 작곡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즈음에는 폰 메크 부인의 든든한 후원과 함께 작곡가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꾸준히 재발해 괴로워했다고 한다.


1888년 11월에 작곡가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고 하는데 평론가들의 반응은 나빴지만 청중들에겐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도 이 작품은 실패 라며 본인의 작품을 혹평했다고 한다.

"이 교향곡 속에는 싫은 부분이 있습니다. 허풍스럽게 꾸며댄 색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억지스러운 불성실함이 있습니다."며 본인의 곡을 이렇게 평가했다.

내성적이고 자신 있지 못한 성격을 살짝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공연될 때마다 대단한 인기가 있었고 훗날 전쟁 중에도 사람들에게 이 곡은 위안을 줬다.


4번과 5번 각 곡이 작곡될 때 즈음에 그의 생활이 어땠는지 상상하거나 참고하여 들어본다면 좀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인기가 많다고 민이가 알려준 6번까지 들어봐야겠다.

어느 앨범이 더 좋은 건진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소나타형식,

곡 소개를 읽다 보니, 1악장이 소나타 형식이라고 한다.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민이에게 물어봤다.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의 3부 구성되어 있는 형식이라고 민이도 인터넷과 비슷하게 설명해 줬다. 그리고 소나타 형식은 교향곡, 협주곡의 1악장이나 마지막 악장에 사용된다고 한다.


나 같은 초심자에겐 깊을 수 있는 내용이라 '아, 이런 거구나!' 정도만 알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공부해야겠다. 우선 설명만 따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s://ko.m.wikipedia.org/wiki/%EC%86%8C%EB%82%98%ED%83%80_%ED%98%95%EC%8B%9D)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6악장까지 들어보고, 단조를 사용한 곡이 많은 것 같아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단조와 장조에 대해 좀 알아보고 공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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