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와 단조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6번 b단조 op.74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보면 1번은 g단조, 2번은 c단조, 3번은 D장조, 4번은 f단조, 5번은 e단조, 6번은 b단조로 3번 빼고는 전부 단조다. (장조는 대문자, 단조는 소문자로 표기한다고 한다.)
특히 e단조는 모차르트 같은 고전 교향곡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차이코프스키는 남달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우울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단조를 많이 사용한 걸까?
단조는 슬프고 우울한 게 맞는 걸까?
맞다면 왜 그런 걸까? 궁금해졌다.
민이는 음의 간격 때문이라고 설명해 줬는데 처음엔 잘 이해 가지 않았다.
장조는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조성이다. 기본적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와 같은 음계로, 음들 간의 간격이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고 이 간격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건반을 보면 3,4인 미파와 7,8 시도만 반음인데 장조는 어떤 음에서 시작하든지 이 간격을 지킨다.
단조는 예를 들면 "도-레-미♭-파-솔-라♭-시♭-도"와 같은 음계의 간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조와 다르다.
즉 단조는 2,3 음과 5,6음이 반음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간격이 더 긴장감 있고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단조는 종종 더 진지하고 감정적으로 복잡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단조의 종류에는 자연단음계, 화성단음계, 가락단음계가 있다고 하는데 다음 글에서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빠르고 경쾌한 리듬과 결합되면 단조라도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 느낌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록 음악이나 빠른 템포의 단조 곡들은 우울함보다는 긴장감 있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고 한다.
'창작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할 교향곡을 쓰고 싶습니다.'
위와 같은 말을 편지로 남긴 후 몇 년 되지 않아 작곡을 시작했다.
호두까기 인형 등 다른 작품으로 바빴던 시기라 순탄하지 않았고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1893년에 완성시켜 공식적인 여섯 번째 교향곡이 탄생되었다.
여동생의 아들인 다비도프(애칭은 봅)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과정들이 담겨 있는데 자식이 없었던 차이코프스키는 그를 매우 아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동성애 관계였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은 모른다고 한다. 어쨌든 차이코프스키는 이 교향곡을 조카 다비도프에게 헌정한다.
6번 교향곡에는 부제가 있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자필 악보에 러시아어로 Патетическая(pateticheskaya)라고 적었다. '강한 감동을 주는', '감상적인', '애절한' 등을 의미한다. 우리는 '비창'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용하고 무거운 현악기 위에서 바순이 더욱더 무거운 서주로 연주가 시작 된다. 템포가 비교적 빠른 연주가 이어지는데 여전히 어둡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이어서 다시 템포가 떨어지지만 감미로운 멜로디가 흘러간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오가며 연주되는데 아름다움과 우울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거니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라리넷이 받아 다시 연주하면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잦아들다가 갑자기 쾅! 하며 다시 연주가 진행되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놀라고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분위기가 뒤바뀌어 주제를 현악기가 아닌 관악기가 크게 연주하며 재현한다. 강렬하게 계속 진행되다가 굉장히 비통하듯이 연주된다.
저음으로 두 번째 주제가 연주 된 후 마지막에 접어들어서는 피치카토 위에서 트럼펫과 트롬본의 감미로운 가락이 연주되며 평온하게 눈 감듯이 끝나간다.
2악장과 3악장은 러시아 민요풍이라고 하는데 행진곡 느낌이다. 희망과 따뜻함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갖지 못하니 오히려 이질적인 걸까?
오히려 일반적으로 쾌활하게 마치는 4악장이 여기선 느린 악장인데 무겁게 힘없이 가라앉는다. 마치 격렬한 어둠에 휘감겨 맞서 심지어 싸울 의지조차도 없는 자의 장례식장이 연상된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우울함과 기복의 극치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3대 교향곡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BBC 뮤직 매거진 선정 20대 교향곡에서 9번째로 뽑혔다.
솔직히 처음에 들었을 때 매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 4,5번 보다 더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어느 부분은 들릴락 말락하고 어느 부분은 귀를 강타하니 이어폰으로 듣는 나에겐 볼륨 조절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곡 설명을 좀 찾아 읽어보고 틈틈이 계속 들어보려고 한다.
그래도 점차 주제가 귀에 익다 보니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교향곡 초연 후 며칠 있다가 죽었다. 아직까지 사인이 확실하지 않고 많은 주장이 오가는 의문의 죽음이라고 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만 이 곡이 만들어질 때 그는 무슨 생각으로 덮여 있었을까?
'인생이라는 게 어찌 보면 헛되면서도 위대하니 아, 역시 삶은 혼돈이다.'라는 어지러운 생각이 든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차이코프스키의 매력에 빠졌고 이어서 교향곡 4,5,6번에 대해 가벼운 글을 적어봤다.
중간중간 백조의 호수, 피아노 협주곡도 찾아 들어봤다. 관심이 생기니 스스로 찾아 듣고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매력이 느껴지거나 호기심과 흥미가 생기는 작곡가의 작품들을 먼저 들어보는 것도 나 같은 초심자의 입장에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