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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주머니 (1)

by 완소준

한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전 글의 일에 더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한 두 개 더 있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모든 생각을 솔직히 적어내긴 어렵지만 결과적으론 내가 하고 싶던 가상화와 인프라 설계와 관련된 일들을 다시 할 수 있는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직하고 나서 더 이상 가상화 근처엔 얼씬도 못하겠거니 하고 포기 상태였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 이렇게 되어서 감사함과 동시에, 3년 간 거리를 두어 기억이 많이 안나 걱정되고, 내겐 무척이나 생소한 네트워크를 하게 되어 긴장도 많이 하고 있는 상태다.


또 그리고, 갑작스레 집이 팔리게 되어 급하게 이사 갈 집을 찾아봐야 하게 되었다. 집을 계속 내놓긴 했지만 포기 상태였는데 자연스레 이렇게 되었다.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지만 대출 등등 남은 과정들이 가볍지 않고 가족의 일이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머리와 마음에 모두 큐가 잔뜩 차서 글을 적긴커녕 클래식 들을 생각도 못 냈다.

틈틈이 빈 시간들은 유효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잠시 틈이 날 땐 괜히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하늘을 보거나 벽을 보고 멍하니 있었다.

게임도, 술도, 애니도, 음악도 최소한으로 마주 했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흘러가는 대로 그냥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직장님의(외부 글이기에 이제 존칭은 생략)의 글을 보았다.

내가 맡게 될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맥락이라도 잡아보려 부서의 컨플루언스(협업 문서 저장소)를 뒤지다가 우연찮게 읽게 되었다.

두 조직장의 글 모음을 봤는데, 이 전 부서의 조직장이신 분은 매일매일 Work Experience를 작성하셨고, 지금 부서의 조직장은 Weekly Report를 작성하셨다. 업무 보고처럼 업무 관련 내용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적혀 있었다.


어느 정도 읽다 보니 내 브런치가 생각났다.

두 분의 Work Experience와 Weekly Report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있고, 일을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는지 경험 공유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면서 동시에, 나도 적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대외 보안 유지가 엄격하다는 회사 특성이 있기도 하고, 회사 내용을 깊게 생각하고 글을 적을 마음은 엇다. 하지만 지내면서 내가 배우는 지식과 지혜, 느낀 점 등등을 적당하게 작성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클래식 공부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하다. 여유를 좀 찾는다면 다시 클래식과 가까와지긴 할 거다. 지금은 갑자기 삶의 물살이 너무 빠르고 거세니 우선 그냥 흘러가는 모습 그대로를 담아 보고자 한다. 아무래도 있는 그대로 담아내어 보이긴 어렵겠지만, 적당한 가면도 연습 아니겠는가.

새로운 부서 업무 관련해서 배울 게 너무 많다. 관련한 글들을 가볍게 정리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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