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충분하다

LOVE YOUR SELF

by 주박이

남편의 뒷모습이 보일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일 때가 되면 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 늦은 밤, 치킨을 사 온 아빠의 입에선 소주 냄새가 났다. 그때는 치킨만 보였고 소주 냄새는 싫었다. 이제는 왜 치킨을 사 오셨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거칠어진 손만큼 고된 삶의 위로를 아이들의 미소로 받고 싶으셨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빠가 치킨을 사 왔을 때 매번 “아빠, 최고!”라고 립 서비스를 했다. 가끔 고된 날, 이제는 내가 닭강정을 사 간다. 아빠는 나에게 “딸, 최고!”라고 말씀하시고 술은 조금만 마시라고 혼낸다. 난 아빠 닮아서 그렇다고 말하다가 꿀밤을 맞는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간다. 삶이라는 여행길이 때론 무거울 것이다. 벅차고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나의 뒷모습은 내가 먼저 봐주면 좋겠다. 자신과 싸움을 위해 매고 다닌 무거운 책가방, 그 덕분에 생긴 뭉친 어깨를 토닥여주자.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거북목이 되고 허리 통증이 생긴 내 뒷모습을 바라봐주자. 애잔해 죽겠다. 그 와중에 운동을 병행하고 취미 활동까지 하는 치열한 내 몸뚱이는 무슨 죄인가. 굳은살이 생긴 손도 쓰다듬어주자. 우리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어색해한다.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태어난 죄로 스스로 가치를 하향 평가한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을 보자.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면 피부과에서 주근깨 빼라는 조언이나 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면접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당찬 그녀는 아마 시대에 반항했을 확률도 높다. 빨간 머리를 홍당무라고 놀린 길버트를 석판으로 쳐버린 것처럼 자기애가 강했으니까.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산 그녀는 진짜 자신을 마주 봤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다. 풍부한 상상력과 수다스러움, 밝은 성격을 가지고 본인에게 솔직했다.

주근깨마저 매력으로 바꾼 그녀의 비법은 바로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인정했고 사랑했다는 점이다. 그녀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가진 모든 것이 매력이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든다.


오늘도 혹시 거울을 보고 본인의 단점만 찾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자. 본인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리 외적으로 변화하더라도 자신이 없고 위축된다. 고생한 어깨를 스스로 매만져주자. 그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건 오직 나 하나다.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인정해줄 수 있는 것도 나 하나다.


우리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



나 자신을 학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의 경우는 상처가 나도 무심했다는 점이다. 여자는 흉이 지면 안 된다는 말에 괜한 반항심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상처가 나면 내버려 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흉이 져도 무심해졌다. 처음에 상처로 시작한 이 작은 학대는 나를 아끼지 않는 결과를 만들었다. 건강에 소홀해지게 되며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취했고 일부러 혹사하기도 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내가 안쓰럽기보다 한심한 날이 있었다. 그날 내 눈에는 멍투성이거나 흉이 진 내 몸이 보였고 삶을 돌아보니 목적 없이 그냥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오지랖이 많은 건지 다른 이들의 고민을 깊게 심취해 같이 걱정하고 있었다.

내 인생도 불안하고 갈 길을 모르겠는데 남의 고민을 함께이고 있다니 완전 바보가 따로 없었다. 친구들의 고민 상담에 머리가 포화상태가 되고 인생이 진짜 무겁게 느껴졌다. 그날 나는 남에게 관대하게 말해주던 위로의 말들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괜찮아.”

“잘될 거야.”

“잘하고 있어.”

“넌 충분해.”


나를 위로하며 내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날따라 유독 흉터가 눈에 깊게 들어왔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관대하지 못했는지 절실하게 느꼈다. 평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감자가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세상 고민을 다 지고 있네. 안 무겁냐? 어깨를 손으로 툭툭 치고 내려놔. 너의 고민이 아니야. 털어내!”


그녀는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일지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왼쪽 어깨 2번, 오른쪽 어깨 2번을 쓰다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려놓자! 내려놔!’ 신기하게 이 행위가 나를 가볍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고 남의 고민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때가 돼서야 나의 앞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정말 안쓰러웠다. 초라했고 꾀죄죄했다. 나를 함부로 내버려 둔 결과는 당연하게 만신창이였다. 나의 모든 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고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었다.


더욱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다. 더는 다치고 싶지 않았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했으며 상처에 민감해졌고 흉이 생기는 게 싫어졌다. 반복적인 실수를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하자 어느새 주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볼 수 있었으며 모든 일상이 감사가 되었다. 외적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발적 학대는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가꾸고 어루만질 수 있다. 또한, 나를 아끼게 되니 물 흐르듯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받는 것에 관대해지자. 나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 항상 신경 쓰였다. 매번 얼굴 살이 가장 늦게 찌는 덕분에 다행히도 사람들은 나의 이런 단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이가 드니 체형의 단점을 귀신같이 숨기는 기술도 늘었다. 친절한 분들은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지만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얼굴 살이 하나도 없네. 어디가 살이 쪘다고! 예쁘기만 하네!” 삐뚤어진 내 마음은 속으로 ‘몸이 커져서 얼굴이 작아 보이는 건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칭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명을 했다.


“살이 얼굴만 안 쪄서…. 제가 살이 잘 찌거든요.”


내가 말하기 전까지 그들은 내 체질에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내가 입으로 나의 단점을 언급하자 확실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었을 때 깨달았다. 내 입으로 굳이 단점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은 많이 할수록 좋지 않다고 한다. 내 입으로 꺼낸 부정적인 말은 나를 그런 사람으로 정확하게 인지시킨다.


상대방이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했을 때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일이었지만 칭찬을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던 나는 어색했고 위축되어 단점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몇 번의 연습 끝에 이제는 당당하게 칭찬을 받아들이고 말할 수 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히 이 말 한마디였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나는 몰랐다. 타인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맞춰 본인을 압박하고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또 방황하게 될 것이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답답함을 느낄 것이며 고유의 매력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런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칭찬해주고 다독여주자. 나 스스로 꼭 안아주자. 잘 해왔다고 말해주자. 우리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 특별한 스펙이 없어도 괜찮다.



책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에 쓰인 글입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모자라는 점을 숨기고 감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에게는 결국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 아드리스 샤흐


이전 08화다름을 인정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