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해가 서쪽에서 뜨길 바란다면
초등학생 때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해서뜬)>이라는 영화를 보고서 해가 서쪽에서 뜨면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거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더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정상적인 하루가 아니니까. 해가 동쪽에서 뜬다면 오늘도 잘 살고있는 거니까.
영화의 말미에는 우리도 모르는 새 슬쩍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은 얼마든지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좋은 일은 해가 동쪽에서 뜬 어느 날에 일어났다는 거. 슬픈 날도 그렇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심지어 슬픈 날의 회복까지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는 날에 일어났다.
오늘도 해가 동쪽에서 뜬다. 우리는 살아있는 뜨거움을 실감할 테다. 그대를 보는 것도 오늘일 테니 역시 해가 서쪽에서 뜨는 날보다 더 좋은 날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