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두 살 땐가.
앞머리를 촘촘히 내리고 반묶음 머리를 하고 지을듯 말듯한 웃음을 머금고.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를 그때의 아는 동생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 한 장.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땐 옆에 있는 동생과 참 잘 어울렸는데. 어쩌다 연락을 안 하게 되었지? 기억도 잘나지 않는다. 다만 내 기억속에 있는 것은 그때 그 동생과 꽤나 친하게 지냈고 어울렸고 뭐가 그리 대단한 일들이 있었는지 매일 같이 만났던 기억이 난다.
얘는 잘 살고 있나? 지금쯤 뭐하려나. 결혼은 했을까? 결혼을 했으면 애기는 있나? 그때 만나던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되게 힘들어 했었는데. 결혼 안 했음 연애는 하려나?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아이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나를 기억하려나.
어쩌면 아주 기억을 못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지금의 나처럼 이따금씩 나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사진 속의 동생이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썩 나쁠 것은 없었다. 어쩌면 그때 그 시절보다 더 나은 행복이, 더 나은 순간이, 더 나은 삶이 채워져 나와의 시간은 조금 멀리 떠밀렸을 뿐.
그래서 기억이라는 건 잊히는 게 아니라 과거의 어떤 순간보다 지금이 더 좋기에 그렇기에, 과거의 시간이 뒤로 점점 순번이 밀려나는 건 아닐지.
그렇게 저렇게 살아가다, 또 살다가. 어느 때 어느 시간에 어느 타이밍에 뒤로 밀렸던 기억 한줌이 몽글하게 솟아 팍팍한 지금을 위로하기도 하고 순간을 웃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거.
상대가 나를 잊지는 않았을까?
물론 서글퍼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 그 나름대로의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삶이란 건 어쩌면 그리움의 연속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잊힐까 두려워하지도, 걱정하지도 않길. 또 애써 누군가의 기억에 남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길.
등산 할 때 가끔 산 중턱에 앉아 숨을 돌린다. 지고 있던 배낭에서 잘 씻어서 챙겨온 오이를 꺼내 한 입 베어물 때의 상쾌한 기분처럼, 인생의 한 자락 어디쯤에서도 잠시 눈을 들어 먼 데를 바라보며 숨을 하아- 하고 몰아 쉬게 하는 힘.
기억 속에 있는 누군가와의 시간은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기억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산다는 것.
기분이 참 묘하다.
그때 그 시절 그 동생과의 사진 한 장.
나는 잊고 지냈던 시간만큼의 긴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들어가 그날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때가 선명하게 보여서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빠르게 흘러가버린,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들이 애잔해서 사진을 쓸어보기도 하고 잠시 미뤄뒀던 그 동생의 얼굴을 더 세심하게 뜯어보기도 하면서.
나는 잊지 않았다. 그날들을. 내 인생의 어느 지점의 시간들을.
소중하고 안타깝고 애틋하고.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따뜻한 그리움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리운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