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별 거 있나

by 장해주

요즘은 스승님의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 들러 시간 보내길 즐긴다.

노트북을 켜놓고 이것저것, 글을 끄적이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고 그것도 지겨우면 스승님과 수다를 떨거나 가끔 커피숍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 하기도 하면서.

내가 스승님의 커피숍을 좋아하는 데에는 몇몇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건 스승님이 만들어준 수제 샌드위치를 먹을 때다.

이따금씩 스승님이 만들어준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서 끼니를 부러 먹지 않고 갈 때도 있는데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스승님의 커피숍이 인턴이라는 이름에서 파라페리로 새단장을 하는 날.

내가 방문했을 땐, 찻잔부터 외관의 시트지며 티슈며 간판이며 새로 커피숍을 꾸미느라 분주한 한때였다.

분주한 스승님께 반갑게 인사를 건넨 후, 나는 쇼케이스 안을 슬쩍 확인했다. 사실 스승님 샌드위치는 인기가 좋아서 종종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은 주말이었고, 날이 너무나도 좋은 어린이날의 연휴였기에, 설마... 라는 생각으로 기대를 한껏 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샌드위치가 없었다. 왠지 모를 서운함과 헛헛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다고 이 바쁜 날 스승님께 샌드위치를 청하기엔 너무나도 염치가 없는 일이기에, 나는 오늘을 뒤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스승님이 일하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앞뒤로 열어놓은 커피숍 문으로 봄을 한껏 품은 바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승님의 팔에도 어깨에도 살짝 지친 등허리에도, 살랑살랑 위로하는 듯 곁에서 머무는 것처럼 보였다.

하루 12시간씩 커피숍 일에 열심을 내는 스승님의 모습은 어쩐지 짠하기도 하고, 어쩐지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또 어쩐지 멋있어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옛말엔 이런 말이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는 게 아니다...라는)


한참 스승님의 일하는냥을 지켜보고 앉았는데 스승님께서 샌드위치를 내오셨다. 있는 재료가 참치 밖에 없다면서.

내가 갈 때마다 스승님의 첫 질문은,


"밥 먹었니?"


스승님의 저 질문에서 나는 늘 여러 가지 의미를 느낀다.

혼자 사는 제자가 끼니를 잘 챙기는지, 스승님이 한 번이라도 더 챙겨주고픈 엄마의 마음 같은.

그렇기에 어떤 날은 매일 샌드위치를 받아 먹기만 하는 게 죄송스럽기도 해서 계산이라도 할라치면,


"야~ 됐어. 정 내고 싶으면 커피값만 내. 샌드위치는 내가 우리 해주를 위해 마음으로 만드는 거야"


어쩐지 가슴 한 켠에서 울컥하고 올라온다. 누구나가 보기에는 그냥 적당한, 그리고 아주 평범한 스승님의 샌드위치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이 샌드위치 하나를 위해 스승님은 저녁 늦은 마트에서 빵을 사고, 싱싱한 채소를 고르고, 재료들을 찌고 썰고, 소스를 만들고.

이 모든 것이 담긴 샌드위치를 "그냥" 샌드위치로 보기에는 참 가혹하단 생각이 들었다.

새삼 접시 위에 예쁘게 플레이팅이 된 샌드위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 안에 들어있는 많은 마음들이 보였다.

맞바람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에 기대어 스승님이 만들어준 참치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맛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시간. 스승님의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이상의 어떤 짙은 마음들이 응집돼 있다.

누가 이 글을 본다면 샌드위치가 뭐 그리 대단해서 유난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역으로 말하고 싶다.

이런 샌드위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제자를 위해 내놓는 정성 가득한 샌드위치,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누구나가 찾는 행복, 내겐 그 행복이 이 속에 가득하다고.


샌드위치를 한 입 우적-

봄바람을 맞으며 그날 나는 연신 싱글벙글 샌드위치를 씹고, 봄을 씹고, 행복을 씹고.


행복, 별 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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