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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주 Sep 06. 2019

저기... 내 돈 좀, 주지 않겠어?

빌어먹을. 소리가 절로 났다.

이 달에도 또 페이가 밀렸다. 처음에 밀렸을 땐 그랬다. 그래, 하루 이틀 그럴수도 있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 정도는 뭐. 매번 그런 것도 아니고.

하하하...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그 다음 달에도, 또 그 다음 달에도. 여지 없이 밀리더니 이 달에는 아예 대놓고 일주일이나 밀렸다. (물론 돈을 안 주지 않는다는 게 함정. 주긴 주는데 밀땅이 엄청나다. 이게 무슨 연애도 아니고 참. 연애라면 좀 밀리고 당겨주기도 하겠다만...)

그런데도 회사 측에서는 일언반구 "익스큐즈" 따윈 또 없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그냥 주는 대로 받으라는 논리인지, 아니면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건지. 이런 정도라면 적어도 왜 그런지에 대한 "익스큐즈"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속에서부터 천불이 끓고 머리에서는 이미 보이지 않는 스팀이 팍팍. 이대로 있다간 내 명에 못 죽지. 싶었다.

자, 이렇게 되면 이제 피디들을 쫘대고 닥달해야 할 차례이다. 하아. 그런데 한숨부터 깊이 쉬어진다. 이런 거 정말 싫은데 말이다. 뭔가 되게 찌질해보이고 없어보이고 비참해지는.

당장 그 돈이 없어 죽어 넘어가기 때문이 아니다. 당장 이 돈이 없어 굶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구차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뭔가 줄줄이 상황들을 장황히 늘어놓아야 하는 그 순간이, 정말 죽기보다 싫다. (이 순간, 그 옛날 박미경 언니야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떠오른 건 우연일까?)

하여튼. 정말 짜증이 솟구쳐서 이미 스트레스 게이지가 폭발 직전이 되어 가고 있었다. 도대체 왜 때문에? 라는 질문만 도돌이표 마냥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뿐이었다.

남의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피땀 흘려서 번 내 돈, 내 돈 받겠다는 건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만 터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참고 참고 또 참고. 아, 안 되겠다. 정말 도~저히 안 될 것만 같다. (이러다 주변의 애먼 사람만 피를 보겠지, 싶다) 참다 못해 핸드폰을 열고 담당 피디에게 전활 건다.


"어~ 나야. 뭐해? 바빠?"


아무것도 모르는 피디는 내 물음에 조곤조곤 대답을 해준다. (이럴 때가 진짜 세상 제일 곤욕스럽다. 아... 그냥 전화하지 말 걸 그랬나. 젠장. 후회 막심이다) 그렇게 미안함 반, 치욕스러움 반, 이런저런 마음을 끌어안고 1분여 정도 통화 끝에,


"음... 저기 혹시 작가들 페이 말야, 결제 넘어갔어? 날짜 지났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피디가 말한다.


"아, 그거 안 그래도 국장님한테 확인하고 있어~ 피드백 오는 대로 연락줄게."


"알겠어~ 바쁜데 미안해. 피드백 오면 바로 말 좀 해줘."


그러고선 절대 이건 말하지 말자! 고 다짐했던 말을 지금 이 순간 줄줄줄 읊고 있는 나. (아... 정말 싫다... 이런 거) 계약서 안 쓰고 일하는 프리랜서들은 페이 날, 통장에 숫자가 안 찍히면 불안하다, 여직껏 일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돈 떼인 경험들이 있다보니 자연 예민하다, 서로 불편한 상황이지만 부탁 좀 한다, 등등등.

그렇게 또 기다림이 시작되고, 기다리다 늦어진 듯하니 다시금 아까의 상황을 리플레이, 리플레이, 리플레이... 나의 상황에 대처하는 피디들도 확인 중, 또는 결제 쪼는 중이라는 말을 리플레이, 리플레이, 리플레이...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 하.하.하.)

이쯤 되면 이제 지치고 한줄기 마음을 타악- 내려놓을만도 하건만. 도저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출근을 요구해서 출근을 했고, 방송 한 번 사고 낸 적 없고, 그렇다고 일을 못해 피해를 준 건 더더군다나 없다. (오히려 받는 돈에 비해 더 많은 일들을 했고 돈 값이 아닌, 정말 내 방송이니까! 마음으로 아낌없이 내 능력을 투자했더랬다)

그런데 대체 돈은 제 날짜에 딱! 왜 안 주는 걸까? 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내가 뭐하나 안 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제때,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그 일(페이 날짜를 정확하게 지켜주는 일)은 안 지켜주는 건지.

돈을 받고 못 받고 보다, 무언가 당연히 지켜져야 할 내 권리를 박탈 당한 기분.

정말이지 이런 기분, 이런 마음은 늘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일주일을 버렸다. 그 안에 칼로리 소모는 얼마나 많았던가. 감정 칼로리, 생각 칼로리, 시간 칼로리, 물질 칼로리 등 온갖 에너지를 다 방출해 거의

넉다운이 됐으니 일주일을 '보낸 게' 아니라 '버린 게' 맞다.

그동안 나는 담당 피디와 막내 피디에게 차례대로 전화에, 카톡에 화도 내고 협박도 하고 징징대기도 하고 별 거 별 거를 다 한 끝에 (이걸 당한 피디들도 정말이지 너무나 안 됐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거늘, 어째서 윗대가리 잘못을 이렇게나 덮어써야 하는 건지. 그것도 매.달.) 드디어 통장에 숫자가 찍힌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정말 더러운 세상.

"내 돈" 받기가 진짜 세상 제일, 가장 힘들다는 걸... 이번에도 절감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해냈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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