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소년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던 나무. 한 소년과 나무의 이야기를 그린 ‘쉘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1930~1999)’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1964)는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출판된 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인문서적에도 종종 인용되고 있다.
소년을 사랑한 나무는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매일같이 나무를 찾는 소년은 나뭇잎을 주워 왕관을 만들고,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그러다 지치면 나무 그늘아래에서 낮잠을 잤다. 소년과 나무는 서로를 사랑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나무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랜만에 나무를 찾아온 소년은 나무에게 돈과 집, 그리고 배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무는 소년에게 사과와 나뭇가지를 주었다. 나무는 소년이 원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나무는 행복했다. 할아버지가 되어 다시 나무를 찾아온 소년에게 나무는 자신이 소년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음에 슬퍼했다. 소년은 앉아서 편히 쉴 곳을 원했고 마지막으로 나무는 자신의 나무 밑 둥을 내어주었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지만 소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도 행복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소년을 사랑하는 나무의 모습을 진정한 사랑의 본보기라는 관점이 있다면, 소년을 향한 나무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적인 모습은 부담스럽다는 관점도 있다. 이러한 관점은 나무의 희생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한 이기심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무의 사랑으로 인해 소년은 독립적이지 못하고 의존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도 나무와 소년의 관계와 같은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필요하겠지만 한 사람의 무조건적인 희생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소년을 향한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모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일 기쁜 일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갈 때와 갈라진 논바닥에 빗물이 스며들 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어린 시절 엄마는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때 엄마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자라서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면 나무가 소년을 그리워했던 것처럼 나 역시도 아이들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이 때로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나를 보며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아이를 볼 때면 어떤 마음이 들까. 슬픔? 서운함? 기쁨 또는 대견함? 복잡 미묘한 감정이라고 한다면 대충 설명되지 않을까.
4년 전, 엄마와 함께 홍콩 여행을 떠나기 전날, 외할머니는 나에게 엄마손 꼭 잡고 다니고 엄마를 절대 혼자 두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할머니~ 엄마 말 안 들으면 홍콩에 떼놓고 와야지~” 하며 농담을 건넸다. 이에 할머니는
“떼놓고 오기는! 말 안 들으면 잘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와야지” 하셨다.
환갑이 넘은 엄마지만 할머니 눈에는 예나 지금이나 늘 근심 걱정이다.
힘들고 지칠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 나의 모든 것을 품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
문득 엄마가 내게 남겼던 메모가 생각난다.
‘세상의 끝에는 엄마가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쉘 실버스타인 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년을 사랑한 나무의 이야기. 나무를 향한 소년의 이야기.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