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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제 Aug 28. 2020

바람 잘 날 없네

(feat. 태풍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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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출근길 버스에서 싸움을 목격했다. 젊은 여자와 중년 여자의 말다툼이었다. 젊은 여자는 버스 뒷문 바로 뒤 의자에 앉아있었고, 중년 여자는 그 옆 손잡이를 잡고 서있었다. 아내는 이어폰을 낀 채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싸움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미 두 여자의 언성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뒤였다. 두 여자는 처음엔 정중히(?) 존댓말로 싸우더니 이내 서로 반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ㅡ뭐 이런 재수 없는 게 다 있어? 야, 너 내려. 내리라고!!

중년 여자가 소리쳤다.

ㅡ싫어!!!!!!!!!

젊은 여자는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꽥 질렀다.

젊은 여자가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꿈쩍도 않자 중년 여자는 분이 가시질 않는지 버스 안이 다 울리도록 계속 구시렁거렸다. 그리곤 이내

ㅡ너 다음에 만나기만 해.

라는 신파적인 대사를 남기곤 씩씩거리며 곧 도착한 정류장에 먼저 내렸다. 중년 아줌마의 마지막 대사뿐만 아니라 이들의 싸움 자체가 너무도 신파적이었기에 아내는 아침부터 웬 몰래카메라인가?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같은 날, 평화주의자인 남편은 남편이 속한 회사 사장과 그의 동업자 사이에 끼인 채 그들의 싸움을 목격했다.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의 정산 문제가 갈등이 원인이 됐다. 간략히 설명하면 사장의 동업자(이하 동업자)는 대출을 낀 채 구입한 본인 소유의 고가 조명 장비를 사장에게 팔고, 그 장비를 대여해주는 사업에 지분을 갖고 동업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로 갑작스레 어려워진 공연 업계 상황에서 조명 업자가 찾은 살 방도인 듯했다. 조명 장비들은 사장 소유의 창고에 보관되었기 때문에 애초 계약 당시 창고 사용료 및 기타 관리 비용은 사장과 동업자가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첫 정산을 하며 동업자는 사장 소유의 창고에 보관을 하는데 왜 굳이 그 비용을 둘이 반씩 부담해야 하냐며 불만을 표했고, 사장 밑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보다 못한 사장은 남편의 전화를 가져가 직접 통화를 했고, 그 둘은 점점 감정이 격해져 결국 함께하던 사업을 그만두자고 소리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참고로 창고 사용료래 봤자 불과 몇 십만 원이란다. 물론 요즘같이 코로나로 인해 먹고살기 어려워진 때에는 몇 십만 원도 궁하긴 하지만 말이다.


ㅡ와.. 정말 그렇게 사업이 끝난 거야?

ㅡ그런가 봐.


저녁 식탁에 앉아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린 치킨을 뜯으며 남편과 아내가 나눈 각자의 쌈 구경이다. 불과 하루 동안 남편과 아내 모두 다 큰 성인들의 불같은 싸움을 목격하다니... 코로나19는 점점 심각해져만 가고, 계속되는 자연재해에,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는 날들 속에서 사람들의 피로도도 점점 높아만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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