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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진 Jun 24. 2021

연애의 위기를 넘는 지혜

나이테 없는 나무는 무르다

코로나는 스트레스다.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면 곱절로 커진다. 하물며 하루 수백수천의 사람을 대해야 한다면? 요 며칠 딸의 상황이 그렇다. 전시회에 상담에 사람에 치여 그로기 상태다. 저녁 늦게 일을 마치면 절인 파가 되어 있다. 애인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것이고. 

그런데 코로나가 무섭기는 애인 녀석도 마찬가지다. 종일 수백수천 사람을 만나며 어디서 코로나 부스러기 묻혔을지 모르는데 덥석 손잡을 배짱이 있겠는가. 데면데면했겠지. 그것을 알지만 딸은 녀석이 섭섭했나 보다. “됐어. 피곤해”하고 그냥 집으로 왔단다.

다음 날,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서 전화했다. 그리고 할 말은 하지 않고 배배 꼬고 실실 시비를 걸었다. 삐졌구나 감 잡은 애인 녀석이 달래려고 했으나 쉽게 풀리겠는가. 아부하고 달래고 설명하고 별 실랑이를 다 하다가 결국 크게 싸우고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엉뚱하게 내게 짜증을 내다가 방문 닫고 들어가더니 씩씩거리다가 울다가 별 난리를 쳤다.     


연애할 때, 저 사람이 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때부터 연애의 위험은 자라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사랑을 얻기 위해 오르는 길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다음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등성 길로 바뀐다. 갈림길에서 자칫하면 하산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


내 사랑이라는 확신이 들면 상대방은 이미 내 울타리 안 사람이다. 그리고 그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진다. 우리의 사랑이 더 멋있는 사랑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는 상대방을 더 좋은 사람으로 가꾸는 것이다. 옷차림을 가꾸고 싶고 용모도 바꾸고 싶고 이런저런 사소한 디테일도 더 멋있게 만들려고 한다. 왜 애인에게 멋있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물할까. 무엇을 기념하고 축하하며 그를 기쁘게 하는 것도 목적이나 그를 더 좋은 모습의 사람으로 변화시키려는 마음이 깔려 있다.

둘째는 상대방을 바로잡고 고쳐서 나아지게 하는 것이다. 말투나 걸음걸이, 표정, 습관, 행동에서 부족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 보이면 간섭하고 잔소리하고 싫은 소리를 한다. 심지어 다투기까지 한다. 사랑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의 이름으로 간섭과 관리와 통제가 합리화된다.   

   

사랑하는 관계는 결코 평온한 상태가 아니다. 도리어 더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상태일 수 있다. 생각지 않게 툭~! 튀어나온 별 의미 없는 한마디 말이나 작은 어긋남, 기대를 벗어난 행동이 쿵 하는 충격으로 내게 전해진다. 그 순간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 마음을 몰라주는구나,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하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파도를 일으킨다. 애매한 다툼이 ‘정말 우리 사랑하는 거야?’ 하는 사랑의 위기로 자라기도 한다.     


나이테 없는 나무는 무르다. 사랑도 나이테가 있어야 단단하고 예쁜 무늬의 나무가 된다. 위기는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1. 마음을 안정시키라.

그를 사랑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 사랑이 욕심이거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라.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라. 흥분한 마음은 좋은 생각을 해서 옳게 판단하지 못한다.     


2. 대응할 가치가 있는 위험인지 구분하라.

때로는 대응할 만큼 중요하지 않고 저절로 사라지는 위험도 많다. 단지 잠시 불쾌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참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무엇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해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응할 가치가 없거나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시간이라는 해결사가 풀도록 하는 것도 지혜다.


3.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할지를 가리라.

관계, 자존심, 명예, 마음의 평안, 상대방의 자존심과 마음 등 어떤 대가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포기해도 괜찮은 것이 무엇인지, 그 순위까지도 차분히 생각해보라. 중요한 것을 먼저 지키면서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한다.   

  

4.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를 생각하라.

되도록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요구하지 말고 요청하며, 지시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내게 마음이 있듯이 상대방에게도 마음이 있으며, 내가 거절할 수 있듯이 상대방에게도 싫고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싸우지 말고 대화하라. 설령 관계를 끝내야 하는 경우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는 그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의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씩 처음 마음은 옅어지고 상대방이 나를 더 많이 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라난다. 상대방은 이미 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떤 일로 감정이 복받쳐 화가 나면 내 기준 내 요구에 못 미치는 상대방의 모습, 행동, 부족한 부분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열심히 설명하다가 다툰 뒤에는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열거하기에 바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잠시 상대방에게 설명할 시간을 주어 보라.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함께 만들어갈 사랑의 앞날에 대해 생각하라. 그런 다음 대응해도 늦지 않다. 가장 어리석은 것은 비슷한 또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하소연하며 그들에게 해결 방법을 자문하는 것이다. 친구들에게는 위로만 구하라. 방법에 대한 조언은 조금 조심스럽더라도 나이 많은 사람이나 객관적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구하는게 낫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서두름은 가끔 쓸데없는 아픔을 만든다. 특히 길게 이어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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