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정 Sep 14. 2023

줄베짱이의 모험 1

동심협력(同心協力): 마음을 같이하여 힘을 내어 서로 돕는다.

[줄베짱이의 모험]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VrJeQqkZw&t=38s


초록색 꽃대 사이를 천방지축 헤집고 돌아다니는 어린 줄베짱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얀 꽃 접시에 달걀노른자를 얹어 놓은 것 같은 개망초가 숲 속 빈터에 무리 지어 피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초록색 꽃대 사이를 천방지축 헤집고 돌아다니는 어린 줄베짱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줄베짱이는 풀숲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다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갈매나무 잎눈 옆에 매달려 있는 작은 알을 보았거든요. 줄베짱이는 작은 알이 어떤 친구로 태어날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작은 알 주위를 서성댔습니다.

 드디어 작은 알에서 초록색 애벌레 한 마리가 힘겹게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애벌레는 작은 머리에 통통한 몸통을 가졌습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몸통 전체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습니다.

 

“너, 참 우습게 생겼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던 줄베짱이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 수 없지. 이것도 나비가 되기 위한 과정이니까.”

 애벌레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네가 나비가 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아? 다른 곤충이 될 수도 있잖아.”

 줄베짱이가 미심쩍은 듯 말했습니다.

 “난 내가 나비가 될 거라는 걸 믿어.”

 애벌레가 잎사귀를 사각사각 갉아먹으며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왜 하필 꼭 나비가 되고 싶은 건데?”

 줄베짱이는 긴 뒷다리로 펄쩍 뛰어 애벌레 가까이에 있는 잎에 올라앉았습니다. 그러자 초록색 갈매나무 잎이 아래위로 살짝 흔들렸습니다. 

 “나비는 날개 달린 꽃이야. 그래서 나는 날마다 나비가 되는 꿈을 꿔!” 

 애벌레는 먹는 걸 멈추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 종일 움직여도 네가 뛰는 몇 걸음밖에 못 가지만, 나비가 되면 꽃잎처럼 예쁜 날개를 펴고 세상을 훨훨 날아다닐 거야.”

 집으로 돌아오던 줄베짱이는 가만히 애벌레의 말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자신은 나중에 뭐가 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줄베짱이는 자신의 몸통보다 긴 날개를 쓱쓱 비벼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이, 줄베짱이. 오늘 네 노랫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톱니가 박힌 앞발을 휘휘 저으며 사마귀가 줄베짱이에게 다가왔습니다. 

 “넌 날아다니는 꽃이 뭔지 아니?”

 줄베짱이는 날개를 접고 수수께끼를 내듯 물었습니다. 

 사마귀는 세모꼴로 각진 머리를 갸웃거렸습니다.

 “나비야!”

 그제야 사마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은 애벌레도 아름다운 나비가 되겠다는 꿈이 있는데, 난 꿈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아.” 

 “글쎄, 난 네가 말하는 꿈같은 건 관심이 없어. 그런 골치 아픈 생각일랑 접어두고 우리 그냥 사냥이나 하러 가자.”

 사마귀가 날카로운 앞발로 허공을 휙휙 내질렀습니다.

 “야, 너 그 앞발 좀 치워. 무섭단 말이야!”

 줄베짱이가 몸을 움츠리며 소리쳤습니다.

 “아, 미안. 걱정 마. 내가 널 잡아먹겠니? 그때 너 아니었으면 난 두꺼비 밥이 되었을 텐데.”

 사마귀는 두꺼비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서 몸서리를 쳤습니다. 그리곤 목을 홱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줄베짱이가 피식 웃었습니다.

 “나도 최고로 멋진 줄베짱이가 되고 싶어.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어떻게 하려고?”

 “좀 더 넓은 숲으로 가야겠어. 분명 그곳에서는 내가 찾는 답이 있을 거야.”

 줄베짱이는 결심한 듯 긴 뒷다리를 곧추 세웠습니다. 사마귀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줄베짱이는 개망초 꽃밭을 벗어나 한참을 달렸습니다. 숲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줄기를 따라 층층이 꽃을 피운 보라색 층층이 꽃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종모양의 층층이 꽃에 머리를 푹 집어넣고 꽁지만 내밀고 있는 꿀벌을 보았습니다.


 ‘꿀벌은 알까. 최고로 멋진 줄베짱이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줄베짱이는 머뭇거리기만 할 뿐 선뜻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말을 걸면 꿀벌이 놀라 벌침을 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소나무 가지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왕거미가 꿀벌을 향해 거미줄을 타고 살금살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꿀벌, 도망 가. 거미가 나타났어!”

 줄베짱이는 목청껏 소리치곤 덤불 사이에 몸을 숨겼습니다.

 놀란 꿀벌이 하얀 날개를 퍼덕거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거미는 아쉽다는 듯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다 이내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숨어 있던 줄베짱이가 나오자 꿀벌이 다가왔습니다.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무사해서 다행이다. 근데 넌 뭐하느라 거미가 오는 줄도 몰랐어?”

 꿀벌은 날개를 접고 층층이꽃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습니다. 



#줄베짱이의 모험, #글 김현정, #동심협력(同心協力): 마음을 같이하여 힘을 내어 서로 돕는다.



이전 03화 구렁이의 어리석은 선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