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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Sep 14. 2023

줄베짱이의 모험 2

동심협력(同心協力): 마음을 같이하여 힘을 내어 서로 돕는다.

[줄베짱이의 모험]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VrJeQqkZw&t=38s


난 정찰벌이야


“난 정찰벌이야. 신선하고 달달한 꿀을 찾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내 임무야. 내가 없으면 새로운 꿀을 찾을 수도 없지.”

 줄베짱이는 꿀벌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찰벌과 함께 꿀을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자신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와, 대단하다. 나도 너처럼 되고 싶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꿀벌은 줄베짱이가 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해준 보답은 해야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럼, 잘 들어. 우선 꿀이 많은 꽃들을 찾아가는 거야.”

 줄베짱이는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 다음, 친구들에게 가서 꽃의 위치를 알려주는 꼬리춤을 추어야 돼.”

 꿀벌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방향과 속도를 달리해가며 날았습니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던 줄베짱이의 얼굴이 금세 일그러졌습니다.

 “나도 날개가 있긴 한데 너처럼 날 수는 없어. 꼬리춤을 추지 않고 그냥 달려가서 알려주면 안 될까?”

 줄베짱이의 말을 들은 꿀벌은 한참을 웃었습니다.

 “정찰벌만 멋진 건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걸 찾아봐. 그럼 안녕, 고마운 줄베짱이야.”

 꿀벌은 말을 마치자마자, 흰 날개를 일자로 쭉 펴고 파란 하늘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꿀벌과 헤어진 후 줄베짱이는 몇 날을 낯선 숲에서 헤맸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눈꺼풀이 절로 감기는 것 같았습니다. 

 “에이, 여기서 좀 쉬었다 가야겠다. 도대체 최고로 멋진 줄베짱이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 거야.”

 줄베짱이는 풀숲에 몸을 뉘이며 투덜거렸습니다.


 “누가 좀 도와줘! 진딧물 때문에 아파서 살 수 없어.” 

줄베짱이는 들국화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살금살금 들국화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윙하고 날갯짓 소리가 들리더니 무당벌레가 나타났습니다. 무당벌레는 들국화에게 다가가 새순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진딧물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줄베짱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들국화도 무당벌레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향긋한 향기를 뿜어주었습니다. 

 “안녕, 무당벌레야! 너 덕분에 나까지 향긋한 들국화 향을 맡을 수 있게 됐네.”

 줄베짱이가 부러운 듯 무당벌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늘 하던 일인걸. 그런데 넌 누구니? 못 보던 친군데.”

 줄베짱이는 최고로 멋진 줄베짱이가 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조바심치듯 마음에서 솟구치는 질문을 했습니다.

 “넌 꿈이 뭐야?”

 무당벌레는 한참 동안 줄베짱이를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꿈에 대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줄베짱이의 진지한 눈빛이 맘에 들었습니다.

 “꽃들의 정원사가 되는 거야.”

 무당벌레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게 뭔데?”

 “꽃들의 정원사는 숲 속의 꽃들을 가꾸고 보살피는 일을 하지. 지금처럼 꽃들이 진딧물 때문에 아프면 달려와서 치료해 주는 거지.”

 “와, 그거 정말 멋지다. 그럼 나도 너처럼 줄베짱이 정원사가 될래!”

 “그럼 너도 진딧물을 잡아먹을 수 있어?”

 “당연하지!”

 줄베짱이는 무당벌레처럼 들국화 꽃대에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진딧물을 잡아 입에 넣고 씹었습니다.

 “퉤퉤! 어휴, 이런 걸 어떻게 먹어?”

 줄베짱이가 불평을 늘어놓자, 무당벌레는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빨간 등딱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습니다.

 줄베짱이는 마음속으로 개망초 꽃밭을 그려보았습니다. 나비가 되겠다던 애벌레도 생각나고, 사마귀 친구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발에 날개가 돋친 듯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줄베짱이는 익숙한 개망초 향을 맡으며 갈매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나비가 되겠다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어 가지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제 곧 번데기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나비가 태어날 것입니다. 줄베짱이는 번데기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자꾸만 파도처럼 엎치락뒤치락거렸습니다.

 “돌아왔구나! 최고로 멋진 줄베짱이씨!”

 언제 왔는지 사마귀가 바짝 다가와 장난치듯 말했습니다.

 줄베짱이는 사마귀를 보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실망하지 마. 나도 아직 최고로 멋진 사마귀가 못 됐어. 그래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줄베짱이는 웃었습니다. 사마귀가 자신을 위로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숲 속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은은한 달빛 속에서 가을의 노래꾼들이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뽐낼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텅텅 빈 것처럼 조용했습니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에 풀숲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소리만이 들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요란한 천둥번개 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먹구름을 잔뜩 머금었던 밤하늘도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세찬 빗줄기를 마구 쏟아냈습니다.


 ‘나비가 되고 싶어 했는데, 괜찮을까.’


 줄베짱이는 걱정스럽게 번데기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사마귀가 펄쩍펄쩍 뛰어왔습니다.

 “한참 찾았잖아! 여기서 뭐 해.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자.”

 사마귀가 머뭇거리고 있는 줄베짱이를 잡아끌었습니다. 

마지못해 사마귀를 따라가던 줄베짱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번데기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그건 나도 모르지. 헛소리 말고 빨리 가기나 해!”

 사마귀는 험악한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줄베짱이는 사마귀의 말이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미안, 너 먼저 가. 나비 번데기 혼자만 남겨두고 갈 순 없어.”

 “그럼 네 맘대로 해.”

 사마귀는 말도 안 된다고 화를 내다가 혼자 가버렸습니다.

 줄베짱이는 번데기 걱정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긴 뒷다리로 뛰어보려 했지만 세찬 빗줄기에 자꾸만 미끄러져서 제대로 뛸 수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갈매나무 밑으로 돌아왔습니다. 

 “너 괜찮은 거야?”

 번데기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줄베짱이는 더욱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번데기는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져서 빗물에 쓸려 떠내려갈 것 같았습니다.

 “너무 겁내지 마. 네가 예쁜 나비가 될 때까지 내가 너 옆에 있어줄게.”

 줄베짱이는 키 작은 풀숲에 몸을 숙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두 날개를 비벼 노래를 불렀습니다.


 “찌르르 찌르르” 

 밤새 세찬 빗줄기와 줄베짱이의 노랫소리가 숲 속을 적셨습니다.

 다음 날, 따뜻한 햇살이 줄베짱이의 눈을 간지럽혔습니다. 자신이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 번데기가 생각나서 몸을 번쩍 일으켰습니다. 나뭇가지를 쳐다보니 번데기가 없었습니다.

 “나비 번데기야? 나비 번데기야?”

 줄베짱이는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울었습니다.

 “나 여기 있어.”

 줄베짱이가 놀라서 고개를 홱 젖히고 돌아보았습니다. 그때 환한 햇살 속에서 가벼운 날개 짓을 하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줄베짱이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나비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나야 나. 네가 어젯밤 내내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줬잖아!”

 나비는 노란 날개에 까만 점이 하나씩 찍혀 있는 날개를 가만히 접어 개망초 꽃잎에 앉았습니다. 

 “정말 네가 어제 그 번데기 속에 있던 애벌레야?”

 줄베짱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응 그리고 고마워! 최고로 멋진 줄베짱이야!”



#줄베짱이의 모험, # 글 김현정, #동심협력(同心協力): 마음을 같이하여 힘을 내어 서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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