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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Sep 07. 2023

풍경에 매달린 나비고기 2

지은 죄는 반드시 돌려받게 된다. 

[풍경에 매달린 나비고기]를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faji-JnrKA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요?”

 노해는 나비고기들 이야기를 계속 더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를 재촉했습니다.

 “그 못된 나비고기 세 마리는 어느 부자 나라의 왕자들로 태어났지.”

 “그런 게 어딨어. 벌 받는 건데, 왕자로 태어나요?”

 할머니는 비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풍경을 올려다보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부국’에 세 명의 왕자들이 있었습니다.


장남 ‘욕심쟁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새로운 임금이 되었습니다.

임금이 된 욕심쟁이는 이웃한 ‘소국’에게 해마다 귀한 보물들과 많은 쌀을 받치라고 강요했습니다.

힘없는 ‘소국’은 어쩔 수 없이 욕심쟁이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에 ‘소국’에 심한 흉년이 들었습니다. ‘소국’ 임금은 보물처럼 아끼는 앵무새 한 마리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욕심쟁이 임금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귀한 보물과 곡식을 가져오라고 사신을 더욱 강하게 협박했습니다.

 “욕심쟁이 임금은 정말 나쁜 놈이야! 그나저나 이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

 소국으로 돌아가던 사신은 소나무 아래에서 한탄했습니다.

 “나도 자네 마음을 알 것 같구려.”

 사신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주위를 살피니 부국의 두 번째 왕자 ‘심술쟁이’가 서 있었습니다. 심술쟁이는 교활하고 화 잘 내기로 유명했습니다. 사신은 부들부들 떨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내가 너와 너의 나라를 살릴 방책을 말해 줄 터이니 그대로 하겠느냐?” 


 사신은 어리둥절했지만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욕심쟁이 임금은 둘째 동생 ‘심술쟁이’가 종일 앵무새랑 지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상하네. 그 녀석이 왜 좋아하지도 않는 앵무새랑 같이 지낼까? 분명 그 앵무새는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거야.”

 궁금증이 커진 욕심쟁이 임금은 당장 앵무새를 데려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곤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은 ‘소국’ 공주”


 욕심쟁이 임금은 앵무새의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어쩌면 ‘소국’에 몰래 숨겨둔 아름다운 공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둘째 심술쟁이가 아름다운 공주를 먼저 차지할지도 몰라! 그건 안 되지. 그날 밤 욕심쟁이 임금은 군사 몇몇만 데리고 심술쟁이 몰래 궁을 빠져나갔습니다.


 “문을 열어라. ‘부국’ 임금님이 납시었다.”


 욕심쟁이를 호위한 군사들은 ‘소국’ 궁 앞에서 으스대며 외쳤습니다. 그러자 ‘소국’ 군사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욕심쟁이 임금과 군사들을 잡아 가두려고 했습니다.

 “이럴 수가 내가 너무 방심했구나!”

 욕심쟁이 임금은 소국의 군영 위에서 웃고 있는 둘째 심술쟁이를 보았습니다. 심술쟁이와 소국에게 화가 났지만, 지금은 도망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욕심쟁이는 숲속 깊은 곳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 모습을 본 둘째 심술쟁이 왕자는 배를 움켜쥐고 웃었습니다.


“멍청하기는!"

"머릿속에 욕심만 차 있을 뿐, 도통 생각을 할 줄 모른다니까. 쳇, 장남만 임금이 되라는 법이 어디 있어. 이제부턴 내가 임금이 될 거야.”

 그날 이후, 둘째 심술쟁이는 ‘부국’의 새로운 임금이 되었습니다.

 임금이 된 심술쟁이는 자신에게 아부하는 신하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기고 놀기만 했습니다. 혹시나 게으름뱅이 동생이 ‘소국’과 짜고 자신을 내쫓을까 봐 ‘소국’과는 왕래도 끊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큰 잔치를 열어 흥청망청 나라의 재산을 낭비했습니다.

 몇 년 후,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던 밤이었습니다.

 ‘소국’이 엄청난 군사들을 이끌고 ‘부국’에 쳐들어왔습니다. 심술쟁이는 신하들에게 ‘소국’을 쳐부수라고 명령했지만 ‘부국’ 군사들은 기세등등한 ‘소국’ 군사들 앞에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소국’은 이제는 가난하고 작은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둘째 심술쟁이와 막내 게으름뱅이는 몰래 궁을 빠져나왔습니다. 


나뭇가지에 긁히고 날카로운 풀잎에 살을 베이면서 거친 숲속으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소국’ 군사들은 끈질기게 뒤쫓아 왔습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아 주위가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숲속 겨울바람은 살을 에듯 매섭게 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대로 얼어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달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근처에 절이 있나 봐.”

 두 형제의 눈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두 사람은 바람에 실려 오는 종소리를 쫓아갔습니다. 종소리가 가까워지자 바닷가 절벽 끝에 조그만 암자가 보였습니다. 주황색 저녁노을이 병풍처럼 작은 암자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스님,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주세요”

 법당에 있던 스님은 아무 말 없이 심술쟁이와 게으름뱅이를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방에는 이미 한 사람이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누군가 싶어 얼굴을 보았습니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욕심쟁이 형님이잖아.”


 두 사람은 기겁하며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놀라기는 첫째 욕심쟁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를 매몰차게 궁에서 쫓아내더니,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첫째 욕심쟁이 형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물었습니다.

 “소국 병사들에게 쫓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

 둘째 심술쟁이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바스락’

 그 순간 세 사람의 눈동자가 방문에 꽂혔습니다.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심술쟁이가 문을 열자 스님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둥근 바위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휴, 군사들이 쫓아왔나 했네.”

 심술쟁이가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다 눈을 번쩍 떴습니다. 둥근 바위 위에는 작은 황금 불상이 놓여있었습니다. 저건 소문으로만 듣던 황금 불상이 아닌가. 오호라, 욕심쟁이 형님이 여기에 온 이유를 알겠군. 심술쟁이는 또다시 계략을 세웠습니다.

 “넌 내가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해. 알았지.”

 둘째 심술쟁이는 막내 게으름뱅이에게 귓속말했습니다. 그리곤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심술쟁이는 스님을 밀치고 바위 위에 있는 황금 불상을 낚아챘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요?”

 스님이 희고 긴 눈썹을 치켜떴습니다.

 “스님에게는 이런 황금 불상이 필요 없지 않소. 그러니 내가 요긴하게 쓰겠소.”

 심술쟁이가 능글맞게 웃었습니다.

 그때 욕심쟁이가 심술쟁이를 덮치며 소리쳤습니다.

 “네 이놈! 전에는 내 나라를 가로채더니, 이번에는 내 황금 불상을 빼앗으려고?”

 욕심쟁이는 심술쟁이 손에서 황금 불상을 빼앗았습니다. 이윽고 막내 게으름뱅이까지 합세하여 세 사람은 황금 불상을 두고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놈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인간 세상에서 못된 마음을 고치고 용궁으로 돌아오라고 하였거늘.”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세 사람을 뒤덮었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우르르 쾅쾅 번개가 치더니 세찬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나비고기로 변해 바닥에서 파닥거렸습니다.

 “아, 숨을 쉴 수가 없어. 살려주세요!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욕심쟁이와 심술쟁이가 노란 가슴지느러미를 퍼덕거리며 애원했습니다.

 “형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저는 아무 죄도 없어요.”

 게으름뱅이도 아가미로 힘겹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습니다.

 나비고기들은 서로 자기를 먼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저기 풍경 아래에 매달려 있잖아!

어느새 비가 그치고 햇살이 암자 앞마당에 내려앉았습니다.

 “할머니, 그래서 세 마리 나비고기들은 어떻게 됐어요?”

 “저기 풍경 아래에 매달려 있잖아!

 할머니가 풍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종을 치며 자신들의 못된 마음을 반성하고 있다지.”

 

노해는 풍경에 매달린 물고기를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노해를 보며 싱긋이 미소 지었습니다.




[풍경에 매달린 나비고기] - 2화 / 총 2화 #지은 죄는 반드시 돌려받게 된다. #글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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