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작이 반이다.
[드론 소방관 청솔이]를 오디오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5MJ3NLh_38
“엄마 아빠, 보세요! 제가 ‘드론 소방학교’를 졸업하고 소방관이 되었어요.”
청솔 다람쥐는 소방관 옷을 입고 가족사진 앞에 섰습니다. 사진 속에는 숲속 대화재 때 목숨을 잃은 부모님이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청솔은 소방 드론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소방서에 출근하는 첫날입니다.
청솔이는 소나무 길을 지나가다가 멧돼지를 만났습니다.
“흥, 다람쥐가 어떻게 소방관이 될 수 있지? 소방 호스나 제대로 잡겠어?”
멧돼지가 비웃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호랑이도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몸집은 작지만, 나는 재빠르게 달릴 수 있고 나무도 잘 타지. 힘이 세야만 소방관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청솔도 지지 않고 대꾸했어요.
“하지만 소방관은 화재와 같은 위험한 장소에서 일해야 할 때가 많아. 너처럼 작은 다람쥐가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동물들을 구할 수 있지?”
집안 대대로 소방관이었던 호랑이도 팔짱을 끼고 물었어요.
“숲속에 불이 났을 때, 나는 가족을 잃었어. 그때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지. 그래서 난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하는 ‘소방 드론’을 개발하고 조정하는 드론 소방관이 되기로 했어.”
“소방 드론? 그게 뭔데?”
“소방 드론은 불이 난 곳으로 날아가 소화탄을 떨어뜨려서 불을 끌 수 있어. 그리고 숲에 고립된 동물들도 구조할 수도 있지.”
청솔이는 작은 헬리콥터처럼 생긴 드론을 동물들에게 보여주었어요.
“그깟 작은 고철 덩어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서 불을 끄겠어? 하늘에 한 번 띄워 봐! 그러면 널 인정해 주지.”
멧돼지가 말했어요.
청솔이는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작은 헬리콥터처럼 생긴 드론을 조정하기 시작했어요. 드론은 윙윙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드론을 보고 모여든 동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이제 소화탄을 싣고 날아볼게.”
청솔이는 자신감이 생겨 다시 드론을 조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드론은 굉음만 낼 뿐 날아오르질 못했어요.
“그러면 그렇지. 저 작은 드론이 어떻게 소화탄을 싣고 화재 현장으로 날아갈 수 있겠어?”
멧돼지가 까르륵거리며 웃었습니다. 실망한 다른 동물들도 혀를 껄껄 차며 가던 길을 가버렸습니다.
청솔이는 숲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 언덕에 올라왔어요. 이곳은 청솔이의 생각 바위에요. 마음이 울적할 때 이곳에 오면 가슴이 뻥 뚫리는 장소지요.
“망했어. 나는 소방관이 될 수 없나 봐!”
청솔이가 한숨을 쉬었어요. 그때 흰머리 독수리 소방관이 다가와 말했어요.
“지금은 내가 소화탄을 메고 현장에 가서 불을 끄지만, 네가 만든 소방 드론이 좀 더 개발된다면 더 많은 쓰임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실망하지 마. 넌 훌륭한 소방관이 될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넌 누구보다 숲속 동물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잖아. 그래서 드론 소방관이 된 거잖아. 그러니까 힘내!”
친구의 위로를 받은 청솔이는 힘이 다시 솟는 것 같았어요.
“맞아. 다시는 숲에 불이 나서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아. 다시 해 보는 거야!”
청솔이는 흰머리 독수리 소방관과 여러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가며 다시 소방드론의 문제점을 고치고, 기능을 개발했어요. 그러던 어느 화창한 오후였어요.
엥~
숲속 소방서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어요. 흰머리 독수리 소방관이 숲속을 정찰하다가 불이 난 곳을 발견했어요. 새끼 멧돼지들이 버려진 가구공장에서 불을 피워 놀다가 불이 난 겁니다.
“소방관님, 저 안에 우리 아이들이 갇혀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숲속 소방관이 도착하자, 멧돼지가 울며 매달렸어요. 코끼리 소방관 대장이 소방 호수를 가져와 세차게 나오는 물줄기로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호랑이 소방관이 가구공장으로 들어가서 새끼 멧돼지들을 옥상으로 대피시켰습니다. 점차 불길이 잦아들 때쯤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주위에 몰려 있던 동물들이 이상한 냄새를 맡고 기침을 했습니다.
“여러분,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세요!”
흰머리 독수리 소방관이 침착하게 주변에 있던 동물들을 대피시켰어요.
“큰일 났어요! 옥상에서 대피하고 있는 호랑이 소방관과 새끼 멧돼지들이 유독 가스에 중독될 것 같아요.”
하마 소방관이 뛰어와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흰머리 독수리 소방관이 공중에서 방독면을 던져 줘!”
코끼리 소방관 대장이 다시 번지기 시작하는 불길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어요.
“알겠습니다!”
흰머리 독수리 소방관이 방독면을 발에 걸고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유독 가스와 뜨거운 불길 때문에 쉽게 옥상 주위로 다가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숲속 소방관들이 모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청솔이가 소방 드론을 메고 나섰습니다. 코끼리 소방관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청솔이는 소방 드론을 띄웠어요. 그러자 소방 드론이 방독면을 싣고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그리고 안전하게 호랑이 소방관에게 방독면을 전달하여 새끼 멧돼지들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다 타 버린 가구공장 앞에서 멧돼지가 새끼들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어요.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호랑이 소방관이 청솔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말했어요. 그러자 다른 동물 소방관들도 청솔이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 동화 속 단어 <드론 소방학교, 소방 드론, 드론 소방관, 소화탄>들은 작가가 상상해서 만든 겁니다. 실제와는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드론 소방관 청솔이, #글 김현정, #좋은 시작이 반이다. -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