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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ug 07. 2023

장난 불

작은 불씨도 큰 불을 일으킨다.

[장난 불]은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2n8O3GgEQ


“소방관 집사가 전선 물어뜯지 말라고. 했잖아!”


“소방관 집사가 전선 물어뜯지 말라고. 했잖아!”

고양이 꽁이가 전선을 낚아채고, 동생 맹이에게 하악질을 하며 야단쳤어요. 

“이리 줘! 난 하지 말라는 짓을 할 때가 제일 재밌더라. 우리 고양이들은 이렇게 장난을 쳐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고양이 맹이가 실실 웃으며 대꾸했어요.

“소방관 집사가 불난다고 하지 마랬잖아. 전에도 네가 TV 전선을 물어뜯어서 엉덩이 팡팡 혼났잖아. 

그뿐이야? 나까지 저녁밥도 못 먹고 굶었잖아.”


"난 불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서운걸"


“흥, 난 불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서운걸. 넌 불을 본 적이 있어?”

맹이가 콧수염을 비틀며 물었어요.

“하긴, 나도 집사한테 불이 무섭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지.”

“흥, 형이라고 만날 잘난 척하더니, 너도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어휴, 골통. 어쨌든 더는 말썽 피우지 마!” 

꽁이가 귀를 양쪽으로 바짝 세우며 으르렁대자, 맹이도 꼬리를 내렸어요. 

그 모습을 보고 안심된 꽁이는 창가 옆 고양이 타워에 폴짝 뛰어올랐어요. 그리고 느긋하게 잠을 청했어요. 

맹이도 포기한 듯 다른 장난 거리를 찾아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전기 콘센트를 보았어요.

"저 구멍 안에는 뭐가 있을까?"


“저 구멍 안에는 뭐가 있을까? 쥐가 들어가기엔 너무 작단 말이지.”

맹이는 고양이 타워를 힐긋 쳐다봤어요. 꽁이는 다리를 쭉 뻗고 가르랑 거리는 소리까지 내며 자고 있었어요. 이때다 싶었어요.

맹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전기 콘센트를 후벼 파기 시작했어요. 한참을 후벼 팠는데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어요. 이상하게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멈추지 않고 계속 발톱을 세웠어요. 

그런데 갑자기‘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났어요. 그리고 작은 구멍 속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위험하니까 그만둬!”


“위험하니까 그만둬!”

맹이는 순간 멈칫했지만 호기심이 일어 한 번 더 전기 콘센트 구멍을 후벼 파 보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서 후다닥 식탁 밑으로 숨었어요.

“감히 잠자는 화마의 코털을 건드리다니!”

전기 콘센트에서 나온 작은 불씨가 맹이 주위를 맴돌며 소리쳤어요, 

“화마? 화마가 뭐야?”

맹이는 몸을 낮추고 작은 불씨를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그다지 위험해 보이진 않았어요.


“난 불을 부리는 마귀다. 내가 그만두라고 경고했었지?”


“난 불을 부리는 마귀다. 내가 그만두라고 경고했었지?”

“난 네가 하나도 안 무서운 데. 우헤헤!”

맹이는 불씨를 향해 발톱을 세운 솜방망이를 휘두르며 허세를 부렸어요. 그러자 작은 불씨였던 화마가 점점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네가 화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보여주마!”

시뻘건 불덩어리가 된 화마가 손가락을 길게 뻗었어요. 화마의 손가락이 닿는 것은 모조리 활활 타버렸어요. 맹이가 아끼던 장난감과 집사의 물건들이 순식간에 타서 재가 되었어요.

“어, 그건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인데! 안 돼. 그건 우리 집사가 아끼는 물건들이야. 어떻게, 어떻게?”

맹이는 너무 놀라 사방으로 펄쩍펄쩍 뛰었어요. 

“내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지? 이제 다음 차례는.”


“내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지? 이제 다음 차례는.”

화마는 꽁이가 잠들어 있는 고양이 타워를 가리켰어요.

“꽁이, 아니. 내 형은 건들지 마! 형은 재가 되면 안 돼!”

맹이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어요. 하지만 화마는 시뻘건 미소를 지으며 긴 손가락을 꽁이에게로 뻗었습니다. 그러자 고양이 타워 기둥에 뜨거운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맹이는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아팠어요. 하지만 있는 힘껏 고양이 타워로 뛰어올라 꽁이를 감싸 안았어요. 불이 무섭지 않다고 허세를 부린 것이 너무 후회되었어요. 


꼭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렀어요. 


꼭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렀어요. 그때였어요.

“아이고 숨 막혀! 장난 좀 그만 쳐!”

꽁이가 몸을 비틀며 맹이를 밀쳤어요.

맹이는 형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떴어요. 

“형, 괜찮아?”

“안 괜찮아. 너 때문에 몸이 찌그러질 것 같아.”

꽁이가 눈도 뜨지 않은 채 귀찮은 듯 중얼거렸어요. 

맹이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모든 게 그대로였어요. 꿈을 꾼 걸까요?

하지만 불길에 휩싸여 뜨거웠던 느낌은 여전히 느껴졌어요. 

가족

“장난불은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아가는 것 같아!”


“장난불은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아가는 것 같아!”

“뭐라는 거야?”

꽁이는 졸린 목소리로 대꾸를 한 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화마가 사라져서 정말 다행이야.”

맹이는 혀로 꽁이의 귀를 핥아주며 중얼거렸습니다. 



#장난불 #글 김현정 #작은 불씨도 큰 불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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