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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Sep 07. 2023

풍경에 매달린 나비고기 1

지은 죄는 반드시 돌려받게 된다.

  [풍경에 매달린 나비고기]를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faji-JnrKA


 “여긴 또 왜 온 건데요!”


“여긴 또 왜 온 건데요!”

 노해가 투덜댔습니다. 이곳은 할머니가 자주 오는 작은 암자입니다. 오는 길에 비가 왔다 갔다 하더니, 이제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몰라서 물어?”

 할머니가 노해에게 알밤을 먹였습니다.

 “아얏, 왜 때려요? 이번엔 나만 잘못한 것이 아니래도 그러시네.”

 “어이쿠, 이 녀석 봐라. 지는 다른 애들 잘도 때리더니. 왜 네가 맞아보니 아프냐?”

 할머니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만날 아이들이 할머니랑 사는 바보라고 놀리니까, 그렇지.”

 노해가 억울한 듯 울먹였습니다. 

 “핑계도 가지가지다. 이번엔 불쌍한 척이냐?”

 노해가 뭐라고 더 변명하려는데 잔잔한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 풍경 소리 어떠냐?”

 노해는 암자 처마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물고기를 보았습니다. 할머니랑 자주 오는 암자였지만 한 번도 자세히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별로예요. 근데 쟤는 왜 저기에 매달렸대요?”

 노해는 시큰둥하게 물었습니다. 

 “옛날 옛적에 바닷속 용궁에 아름답지만 못된 나비고기 세 마리가 살았거든.”

 할머니가 노해를 무릎에 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바닷속 용궁에 아름답지만 못된 나비고기 세 마리가 살았거든.”

  

“형, 괜찮을까? 꼬리에 독침이 있다던데.”

 ‘게으름뱅이’ 나비고기가 가오리를 보며 속삭였습니다.

 “상처 입은 저 꼬리 좀 봐. 이젠 꼬리 독침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심술쟁이’ 나비고기가 노란색 가슴지느러미를 나비 날개처럼 펼치며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우리가 언제 가오리처럼 큰 물고기를 상대로 장난을 쳐 보겠어. 겁나면 넌 빠져!”

 ‘욕심쟁이’ 나비고기가 작은 체구로 물살을 가르며 앞장서자, 게으름뱅이와 심술쟁이 나비고기도 뒤를 따랐습니다.

 욕심쟁이가 먼저 가오리 꼬리를 입으로 콕콕 쪼아댔습니다. 뒤이어 심술쟁이와 게으름뱅이도 뾰족한 입으로 몇 번 더 쪼자 꼬리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너희들, 나한테 왜 이래?”

 가오리가 아파서 눈을 찡그리며 소리쳤습니다.

 “네 꼬리 맛은 어떨지 궁금해서 그랬지.”

 욕심쟁이가 눈알을 빙글빙글 굴리며 비아냥거렸습니다.

 가오리는 독침이 있는 꼬리를 흔들어 나비고기들을 쫓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세 마리 나비고기들은 가오리의 몸부림을 비웃듯 더 세게 쪼아댔습니다. 

가오리는 커다란 가슴지느러미를 펄럭거리며, 있는 힘껏 헤엄을 쳤습니다. 

그 뒤를 세 마리 나비고기들이 바짝 뒤쫓았습니다. 


 “또 시작됐군. 어휴, 저 말썽꾸러기들!”

 

어둑어둑한 바위굴에서 졸고 있던 문어가 중얼거렸습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용왕님 목소리가 깊고 푸른 용궁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가오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용왕님 앞에 나섰습니다. 

 “꼬리에 상처를 입어 꼼짝 못 하고 있는데, 저 나비고기 세 마리가 제 꼬리를 콕콕 쪼아대며 못살게 굴었습니다.” 

 용왕님이 희고 긴 눈썹을 찡그리자, 나비고기들은 재빠르게 산호초 사이로 숨었습니다.

 “또 너희들이더냐? 어려움에 부닥친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그렇게 타일렀거늘.”

 세 마리 나비고기들은 서슬 퍼런 용왕님 말에 벌벌 떨면서도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용왕님이 ‘킁’ 하고 한숨을 내쉬자, 평온하던 용궁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초들 사이로 유유히 헤엄치던 작은 물고기들이 쏜살같이 바위틈으로 숨었습니다. 

 용왕님은 뭔가 큰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용왕님이 오른손을 들자, 문어가 슬금슬금 굴 밖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이어 세 마리 나비고기들도 산호초 밖으로 나왔습니다.

 용왕님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용궁을 떠나 인간 세상으로 가거라."


“그곳에서 너희들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돌아오너라!”

 세 마리 나비고기들은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문어는 용왕님의 명령에 따라 긴 다리를 모아서 나비고기들에게 시꺼먼 먹물을 내뿜었습니다. 



[풍경에 매달린 나비고기] - 1화 / 총 2화 #욕심은 눈을 멀게 한다. #글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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