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자원으로 신뢰를 활용하는 조직문화 구축하기
조직문화에서 말하는 신뢰는 누구를 얼마나 믿느냐에 대한 도덕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문화는 조직에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신뢰는 성과를 만드는 주요 자원이다. 이것이 '신뢰 자원'이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자원'은 석유다. 석유 자원은 자동차를 움직이고, 난방을 하는데에 사용된다. 자원은 채굴하고, 모으고, 사용한다. 채굴되지 않고, 모아져있지 않다면 사용될 수 없다. 신뢰 자원도 마찬가지다. 신뢰 자원이 쌓여있지 않다면 사용될 수도 없다.
우리는 여러 노력을 통해서 신뢰 자원을 조직 내에 쌓아두어야 한다. 이렇게 쌓아둔 신뢰 자원은 조직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감소시켜 준다. 또한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때 대량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조직문화에서의 신뢰는 도덕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진심을 다해서 구성원을 믿는다고 하여 쌓아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아래의 4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신뢰 자원을 전략적으로 늘려야 한다.
1/ 투명성 : 회사가 구성원에게 속이는 게 없음
2/ 일관성 : 꾸준히 같은 태도를 보여줌
3/ 의미감 : 제출한 의견이 실제로 고려되거나 반영되고 있음
4/ 공감대 : 어떤 결정에 대해서 충분한 시간과 설명 과정을 가지려 함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100% 솔직하게 잘 말하지 못한다. 구성원이 불안감을 과도하게 느낄까 봐 걱정이 된다.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이 주어지면 본인의 불안감을 과장한다. 회사가 손익이 줄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당장 잘릴 걱정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회사는 우리 손익이 줄고 있는데 괜찮다고 거짓말한다. 그렇게 버티다가 최후 결정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가 오면, 구성원들은 배신감에 쉽게 휩싸이게 된다. 타운홀 미팅을 수차례 했었더라도 이런 중대한 결정이 한번 일어나면 조직 내의 신뢰 자원은 바로 고갈되어 버린다.
회사에서 절차가 없는 것은 모두 형식지화 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편이 좋다.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건 구성원도 마찬가지이다. 구성원이 본인이 회사의 돈을 정당하게 사용했고, 절차를 지켜서 일을 했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의 과정과 실행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에 집중하라.
투명성과 관련해서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이 많다. 내부적으로 정보를 너무 투명하게 공유하면 외부로 중요한 정보가 새나가니까 말이다. 그때는 이 이유를 조직에 투명하게 알리면 된다.
'우리가 99%의 상황에서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조직인걸 알지 않나. 그러나 이번 사안 같은 경우는 1%의 확률로 외부에 미리 알려지게 되었을 때 임팩트가 너무 크다. 최종 결정되면 언론 보도하기 직전에 여러분들께 제일 먼저 알려드리겠다.'
이 정도만 되더라도, 평상시 투명성을 통해 신뢰 자원을 많이 쌓았던 조직이라면 큰 문제없이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관된 행동은 예측성을 강화한다. 사람은 본디 비예측적인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회사가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하고, 정해놨던 원칙을 매번 바꾼다면 신뢰 자원이 쌓이기 어렵다.
조직이 매년마다 비전을 선포할 필요가 있을까? 이것저것 조직쇄신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을까? 단기적인 시야에서의 선택들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조직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만든다. 특히 비전과 미션의 경우 최소 2년 정도는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그것이 실제로 달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자주 실험하며 가설을 수정하는 애자일(Agile)은 비일관적이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애자일이 일관성과 상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애자일이야 말로 핵심 원칙과 행동의 일관성을 전제로 한다.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하고, 2주마다의 스크럼을 진행하며, 회고로 마무리한다. 명확한 프로세스와 기준이 있다. 이런 명확함 없이 때마다 최선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일관성과 예측성을 떨어뜨려,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의미감 : 제출한 의견이 실제로 고려되거나 반영되고 있음
회사는 야심 차게 도입한 사내 제도나 직무 만족도에 대한 구성원의 반응을 자주 묻는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반응이 별로 없다면, 회사는 구성원들의 호응이 적다며 실망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그런데 구성원들이 낸 의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였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건 지난 글 서베이는 돌리고 나서 공유와 팔로업까지 해야 끝이다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봤다면, 그 의견에 대해서 회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영할 계획은 있는지, 반영이 왜 안 되는지 이야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구성원이 낸 의견을 회사가 매번 진중히 검토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구성원들도 신중히 의견을 낼 수가 있게 된다.
내가 아무리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의미감을 느낄 수 없다면, 신뢰 자원을 쌓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정책과 제도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고민한 시간만큼 구성원에게 설명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고민은 깊게 해 놓고, 설명은 대충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특히 구성원의 삶에 변화가 있는 부분들은 더욱 그렇다.
회사가 때로는 구성원들에게 불이익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구성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설명해야 한다. 타운홀 미팅이 있어도, 소규모 미팅을 통해서 찾아가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구성원들은 거기에서 더 편하게 질문하고, 비판할 수 있게 된다. 두렵더라도, 구성원의 의견을 들으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당장은 구성원의 의견이 없더라도, 청취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구성원들은 당장 현업을 하느라고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 내용을 살펴볼 수도 있다. 적어도 1주일 이상은 의견을 낼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핵심가치를 바꾸고 문화원칙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에 신뢰자원이 없다면, 이런 행위는 무의미하다.
신뢰는 도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을 100%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작정 신뢰하는 것은 호구가 되기 십상이다. (호구는 표준어로, 남을 잘 믿고 순진하며 쉽게 속고 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구성원을 어떻게 신뢰할까를 생각하는 것보다, 신뢰 자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신뢰는 불필요한 비용을 감소시켜 준다. 타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의심할 필요가 없고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들어서, 성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신뢰는 조직의 속도를 높여준다. 투명성, 일관성, 의미감, 공감대의 과정이 일상적인 조직이라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건강하고 빠르다.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업 능력도 높아지게 된다.
쌓인 신뢰는 조직의 도덕성을 높여준다. 예를 들어, 누군가 회사의 법인카드를 유용한다면, 조직이 열심히 쌓아놓은 신뢰 자원을 무단으로 사용해 버린 행위다. 신뢰가 두터운 조직의 구성원들은 이런 비도덕적인 행위에 동참하는 대신 분노한다. 이때 회사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여 다시 신뢰 자원을 회복시켜야 한다. (원칙에 따른 집행으로, 일관성에 해당한다)
무엇보다도 평상시에 신뢰 자원이 두텁게 쌓여있다면, 회사의 위기를 구성원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회사가 커질수록 내, 외부적으로 많은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럴 때 조직 내에 신뢰자원이 쌓여있다면, 이것을 활용해서 구성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신뢰 자원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해결된 직후에는 다시금 신뢰 자원을 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평상시에 신뢰 자원을 쌓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