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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진 Dec 08. 2018

고용사회의 종말을 바라보면서...


부모님께서 항상 나에게 주지 시켰던 말이 있다. 

"너는 좋은 회사 들어가서 따박따박 월급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한우물을 파야 한다"


지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나의 아버님께서는 농사를 지으셨다. 자신의 조그마한 땅과 소작농을 겸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분이 어느 날 가족의 이사를 결정하셨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식들의 교육문제였다. 시골에서의 교육은 한계가 있음을 감지하셨던 것이다.

서울로 올라온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월급이었다. 

어려서는 월급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이제부터 매달 우리 집에는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 덕에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가족에게는 조그마한 파티가 열렸다. 파티라고 해 봐야 돼지고기를 볶아 먹거나 통닭을 사 오시는 거였지만 월급날이 생긴 이후부터 이러한 것들이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추수를 하고 난 후 목돈을 벌어 1년을 살아오던 우리 가족에게 매달 일정량이 수입이 들어오고 이것을 이용하여 가족을 영위해야 하는 형태로 가족의 수입, 지출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민주의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 의하면, 미국은 1900년 초 헨리 포드에 의하여 고용사회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고용사회는 1970년 대 부터 기술의 발전, 신규 경쟁자의 진입, 월마트의 진입 등으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반면 한국사회에서는 1961년 즈음 박정희 정권의 집권과 더불어 진행되었던 경제발전 계획, 수출장려 등 산업화 드라이브 정책에 의하여 고용사회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기업에서는 고용을 통하여 그들의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도 이러한 흐름에 있었던 것이다. 산업화가 되면서 이제는 논과 밭이 아닌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1년에 한 번 추곡을 하여 돈을 쥐는 개념이 아닌 월 보수를 받는 체계로 바뀐 것이었다.

기업들은 사람을 고용하면서 채용 기준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학력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서로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곧 자신이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가는 기준이 되었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의 교육열이 점점 더 가열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작고하신 아버님께서는 "너는 책상에서 펜대를 굴리며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항상 나에게 하시면서 항상 열심히 공부할 것을 주지 시켰다.


이러한 고용사회가 한국에서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인가? 

연구에 의하면 한국 사회에도 고용사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1997년 들이닥친 IMF는 그 시발점이 되었으며 1998년 정부는 정리해고와 파견직을 합법화 함으로써 고용사회의 견고성에 금이 가고 있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운이 좋게도 대기업에 취직을 하였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곳이었다. 

연수 시절 한 신입사원은 인사 담당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현재 내가 들어온 이 기업의 향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요? "

이 질문에 인사팀 팀장은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대마불사" 

바둑에서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에서 대기업은 죽지 않으니 이제 여러분은 좋은 직장에서 열심히만 일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그때 우리는 그 말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분위기가 그 당시에는 지배적이었으니까.


그러나 IMF를 전후해서 이런 주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IMF의 직격탄에 결국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수순을 밟으며 몰락해 가는 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기업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기업에서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직원 감원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도 내가 몸담고 있던 그곳을 나왔다.


이제 한국도 고용사회가 아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8월 임용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종은 33%라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는 곧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는 일반적인 고용사회는 이제 서서히 종말을 고해 가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럼 이러한 사회에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회사를 뛰쳐나와야 하는가? 그러나 이것은 아직은 좀 무모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위치에서 나의 경쟁력을 최대한 강화해 가야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최대한 롱런할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라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 새로운 직장을 찾기보다는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 직장에서 안주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따라서 현재 위치에서 나의 브랜드를 재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여러 면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중에서 브랜드도 중요한 요소이다. 

소비자는 값이 좀 비싸더라도 그 브랜드가 주는 가치에 기반하여 충분히 추가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이다. 

우리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좀 서글프긴 하지만 이젠 직장에서 한 개인은 충분히 임금을 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책정하는 부속물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하디. 

내가 몸 담았던 조직은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부와 사업수행의 주체가 달랐다. 

사업부가 사업을 추진하면 그에 필요한 인력 자원을 사업지원 조직에서 지원하는 체제였다. 인력 운영의 측면에서는 아주 유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프로젝트별 필요 자원을 그때그때 선별하여 투입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때 가용한 자원에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가급적 역량이 뛰어난 인력을 사업부에서는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때 개인별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나는 어떤 브랜드 일까? 

구찌,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로서 회사에서는 취급되는지, 아니면 코치, 시슬리 등 중저가 브랜드 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에서 뒹구는 노브랜드인지를 한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 

어느 브랜드로 취급받을 것인지에 따라서 요즘같이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내가 지속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어느 순간 쫓겨날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나를 아주 귀한 브랜드로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회사를 나오면 1주일 이내에 시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라


만약 급하게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업을 한다면, 나는 1주일 이내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가를 자문자답해 봐야 한다. 필요한 경우 사전에 한번 시험을 해 보아도 좋다. 

내 이력서를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에 제시해 봐라. 과연 그들은 내 이력서를 흔쾌히 받아 줄 것인지 말이다. 

내 친구는 40대 중반에 회사의 파산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아직은 젊다고 생각했고 어디 못 들어가겠나 라는 안일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열심히 보내는 이력서에 대해 그 어느 기업도 흔쾌히 면접을 보자고 연락 오는 회사가 없었다고 한다. 우선 나이에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라고 했다.


따라서 나의 변화에 대응해서 쉽게 다른 기업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준비에 사전에 해 놓아야 한다. 

현재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준비하냐고? 그건 각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갑자기 들이닥친 쓰나미에 그저 맥없이 밀려가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항상 이력서를 업데이트해라


회사 동료들 중에서 최신 이력서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이력서를 왜 미리 작성하냐는 논리다. 또한 이력서야 뭐 금방 작성하는 것인데 뭘 미리 준비하냐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작성하려면 쉽게 작성되지 않는 게 이력서이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다 보면 허술하게 작성이 되기 쉽다. 따라서 미리미리 항상 최신의 이력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회사를 이직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다. 이것은 나를 뒤돌아 보고 항상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도구를 제공해 주는 틀이다. 

이력서를 작성하다 보면, 자격증란에는 무엇을 작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하게 된다. 또한 나의 경력에 대해서도 어떻게 Career Path를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또한 나를 어필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를 제시해 주는 것이 이력서이다.

단순 주위에 돌아다니는 표준 이력서가 아닌 나를 Selling 할 수 있는 이력서를 작성해 놓아야 한다. 단순 학력과 회사 경력이 아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정제된 이력서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체질로 변화시켜라


직장은 이제 고용의 체계가 파괴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보다는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채용해서 활용하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변화 속에서 예전의 인력운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AI, BigData 등 4차 산업의 핵심기술들이 급속도로 변화해 가는 최근의 기류 속에서 언제 그러한 인력을 기업 차원에서 육성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초기 비용은 들더라도 유능한 인력을 채용해서 사업을 해야 기업의 목표를 단기에 달성할 수 있다. 

반면에 사업 방향에 맞추지 못하는 불필요한 인력은 구조조정으로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자신을 어느 기업의 직장인으로 자리매김시켜서는 안 된다. 직업인으로서 나의 브랜드를 알리고 필요시 적재적소에서 나의 역할을 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으면 그뿐이다. 아마도 이러한 세상은 조만간 도래할 것이다. 아니, 지금 진행 중인 것이다. 

현재 직장은 자신의 영원한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라

직장은 이제 직원을 영원히 Care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라.


프로선수처럼 자유선수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라.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다. 회사의 경영악화로 회사 내에서 필요 없는 조직을 없앤다면 그 조직 중에 내가 현재 속한 팀은 대상이 될 것인가? 혹시 우리 팀에서 인력을 감축하기로 하고 팀장에게 T/O가 내려왔을 때 그 T/O 중에 나는 속해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나는 자신 있게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를 심어줘야 한다.

내가 시장에 나왔을 때 나를 데려가고자 하는 가치 있는 실력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나의 인생 2막, 3막에 대해 항상 준비해라


흔한 이야기로 100세 시대이다. 그런데 이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인생을 초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눈다면 이제 그 경계는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제는 20대 청년과 70대 노년이 함께 일을 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70대 노인이 20대 청년을 대체할 수도 있다. 이 만큼 나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예전처럼 나이 들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기에는 너무 인생이 길어졌다. 평생 직업, 평생 일하는 삶을 살 각오를 해야 한다. 

단, 청년기에 비하여 노년기에는 좀 여유로운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실력으로 여유로운 삶과 안정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그러한 원천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가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노년으로 그 긴 삶을 살아가기에는 이제는 너무 길다. 

내가 70, 80이 되었을 때 과연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를 상상해 봐라. 



현재에 안주하는 삶은 미래에 힘겨운 삶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현재 나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노년을 위한 삶도 충분히 준비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래야만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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