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예전에는 토요일 출근해서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은 3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시행한 것이 2006년 7월부터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에 더불어 주 52시간 근무제는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52시간 근무제가 이제 막 전 사업장으로 적용되어 가는 시점인데 벌써 주 4일제에 대한 화두가 던져지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하니 이러한 상황은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근무시간 단축을 이야기를 할 때문 우리가 꼭 사례로 드는 말이 있다.
“해외 일부 기업은 주4일제 근무를 시범적용하고 있다.”
“외국 기업은 자신이 알아서 휴가를 사용한다.”
“어느 기업은 휴가를 한 달 이상 사용한다.”
이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수치적으로 상당히 많은 휴가 시간을 사용하지만 절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서 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직장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생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절대적으로 결과물 중심의 생산성을 확보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그분은 항상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무엇인가를 하였다. 약속 장소에 나가서도 잠시만 여유가 있으면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 그래서 그 이유를 조심히 물어본 적이 있다. 그분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 처리하기 힘들어요. 저희는 미국으로 출장으로 갈 때도 비행기 안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자요.”
출장을 가면서도 출장지에서 처리해야 할 일 등 여러 가지를 미리 똑같이 일했는데 왜 결과가 다를까?
하지 않으면 업무량이 많아 제때 퇴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선국의 외국기업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그분에게 “이런 경우 근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업무 성과를 제시하는데 왜 굳이 근태를 확인해야 하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러한 기업 문화는 곧 우리에게도 들이닥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문화는 이미 점점 스며들고 있다. 따라서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더 확보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혼자서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을 유능하고 성실하다고 이해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직장에서는 성실성, 근면성보다 생산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일을 끝내면 바로 나의 삶이 시작되지만, 일을 끝내지 못하면 영원히 내 개인의 삶이 시작되지 못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워라밸 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지 못하는 시대. 이 환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항상 일에 매몰된 삶이 될 것이다. 기존의 직장문화가 일반적으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
다고 한다면, 이제 일과 삶은 그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모든 사회인의 염원을 담은 단어가 있다. 워라밸이다. 그동안 우리는 일에 너무 매몰되어 있어 개인의 삶에서 얻는 행복을 어느 정도 망각하며 살아왔다. 선배 세대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으며 버텨왔다. 오로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고 그것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대화가 익숙했다.
“오늘 김 대리 왜 출근 안 한 거야?”
“아, 몸이 아파서 출근 힘들다고 방금 전화 왔습니다.”
“쓰러져도 직장에서 쓰러져야 하는 거 아냐?”
직장은 가정보다도 우선시되는 절대적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지 않았는가? 일반적으로 출근이 9시라고 해도 정시에 맞춰서 도착하는 사람은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인간으로 낙인이 찍히던 시대였다. 따라서 실제로는 일 1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퇴근하는 시점에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마음대로 퇴근하지 못하던 때였다.
이제 직장 분위기는 서서히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직장에서는 개인의 삶을 무시하고 일만 중요시 하는 경향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우리는 어느 정도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마치면 이제는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주어진 업무를 마쳐야만 개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인사고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에게 돌아간다.
[출처 : "일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