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회사에서 글을 작성할 기회가 많다.
사실 사무직 직원의 경우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문서 작성에 할애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에는 SNS로 인해 여러모로 글을 작성할 기회가 많다. 특히 보고 등을 할 때 우리는 글로써 타인을 설득하는 경우도 많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기준으로 몸(身), 말씨(言), 글씨(書), 판단(判)을 삼았다고 한다.
이 네 가지 기준 중에서 서(書)는 필적을 일컫는 말이다. 예로부터 글씨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글씨에 능하지 않으면 큰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준이 최근에는 SNS 사용의 확대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디지털 기기로 인해 필적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고 글을 얼마나 전달력 있게 작성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2014년 한국생산성본부(KPC)는 기업과 공공기관 대상 조사를 하였는데, 문서작성에 하루 일과 중 30%를 보낸다고 한다.
필자는 면접관의 기회가 주어져 면접 전에 자기소개서를 검토한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로 제출한 서류여서 그런지 자기소개서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작성에 고민한 흔적이 보였으나 너무 투박하고 심지어는 작성자의 의도를 잘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면접관의 시선을 사로잡을 글이 아니었다.
자기소개서에는 여러 가지 미비점이 발견되었는데,
자소서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토리 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구어체 문장으로 작성되어 있어 너무 투박해 보였다.
주어와 술어에 대한 호응이 안 되는 문장이 여러 곳 보였다.
복문으로 되어 있어 글의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괄식이 아닌 미괄식으로 작성되어 키워드가 묻혔다.
회사에서 직장 초년생의 보고서를 읽고 있노라면 위와 같은 오류가 많이 발견된다. 심지어는 오랜 직장생활을 한 직장인에게서도 이러한 실수는 자주 접하게 된다.
여러 가지 좋은 문장을 쓰는 스킬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저자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을 우리 직장인들에게는 너무나 복잡하다. 따라서 저자는 아래의 몇 가지만 주의하면 좋은 문장을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거나 설득하고자 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라인까지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담고 있지 않으면 글을 읽는 사람은 전체적으로 작성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많이 하는 실수 중에 구어체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구어체는 상대방에게 직접 말하듯이 표현되는 문장이다. 이러한 구어체의 문장은 격식을 차린 형태여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이 업무를 안 할 것입니다.”라는 구어체를 문어체를 바꾼다면, “저는 이 업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습니다.” 정도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은 영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에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주어와 술어는 반듯이 호응을 시켜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 식사를 했던 식당은 정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식당이었다’라는 문장을 보자. 주어인 식당은 과 서술어인 식당이었다에는 주어 단어가 다시 반복된다. 어색하다. 이러한 문장은 ‘기족 식사를 했던 식당은 정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로 바꾸면 주어인 식당은 과 서술어인 좋았다는 상호 호응이 잘 된다.
‘네가 시험에 불합격하다니 참 안타깝구나’라는 문장을 보자. 여기서 안타까운 사람이 누구인가? 주어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장은 ‘네가 시험에 불합격하다니 나는 참 안타깝구나’라고 주어인 나를 명확히 밝혀 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이번 여행은 반드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와 같은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은 ~~ 갖고 있다’로 주어와 술어가 명확하지 않다. 이 문장은 ‘ 그들은 이번 여행을 반드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로 바꾸면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것이다.
문장은 가급적 짧게 작성하여 이해하는데 장애가 없어야 한다.
핼 스테빈스의 '카피 공부'(이지연 옮김) 중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 문장:
퉁명하지 않으면서 짧게 말해라.
기발하되 교활하지 마라.
할 말을 해라.
언제 멈출지 알아라.
원문으로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Be brief without being curt.
Be bright without being smart.
Say your say.
Know when to stop.
두괄식으로 작성하여 글을 읽는 사람에게 중요 포인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중요 문장을 앞에 위치시켜야 한다. 추상 요소를 앞에서 이야기하고 구체적 요소는 뒤에서 제시해야 한다.
불필요한 접속어는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러나, 그러므로, 그래서 등의 접속어가 너무 많이 남발되면 글이 깔끔하지 않고 이해에도 장애가 된다.
오탈자 검토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 부분은 작성자도 검토해야 하지만 가급적 타인이 검토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검토 프로세스에 타인이 검토를 해 주면 자신의 실수를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단, 여기에는 주의할 점은 너무 많은 사람에게 검토를 거치지 말아야 한다. 논지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여러 사람의 검토를 거친다면 작성자가 전체 내용이 흔들리지 않게 수정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검토는 여러 번 꼼꼼하게 하여야 한다. 문장은 여러 번 오랫동안 보면 볼수록 더욱더 명쾌하고 좋은 문장으로 가다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