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로 내 배에 주사 놔 봤어요?

‘난포 터지는 주사’ 저는 세 번 찔러봤습니다만

by 임희정




극복된 트러블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며 언젠가 유쾌하게 지금의 이 곤경을 이야기하고 있으리라.

‘은둔 기계’ - 김홍중





임신이 잘되지 않는 부부에게 시간은 한 달 간격으로 흐른다. 생리하고 다음 생리 전 배란일을 계산해 가임기를 맞춰야 한다. 이번 숙제가 실패했다고 바로 이어서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닌 것이다. 달력을 한 장 넘겨야 한 번의 기회가 온다. 몸도 마음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후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 여자의 몸이 준비되어 적절한 때가 다시 오기를 건강하게 잘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임신은 기다림이다.


누군가는 몇 달을 또 누군가는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 시간 속에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피를 뽑고, 각종 검사를 하고, 정자를 자궁 속에 넣고, 난자를 채취하고, 그로 인해 오는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 기복과 무기력, 신체적인 변화와 부작용까지도 모두 감내해야 하는 건 여자다. 아프고 당황스럽고 지치고 그걸 임신이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시험관 시술에 여러 번 실패한 지인은 질 입구가 다 헐어서 소변볼 때마다 끔찍해 화장실 가는 게 제일 두려웠다고 한다. 어떤 말은 그저 듣기만 해도 아프다.



나는 마음 같아서는 인공 자궁을 누가 개발해 줬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은 다 자궁 때문이니 인큐베이터처럼 인공 자궁이 있어 그 안에서 인공수정도 하고 시험관도 하고 열 달 동안 잘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와 아빠는 난자와 정자를 내어주고 기쁜 마음으로 정기 검진하듯 인공 자궁에서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아기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난임으로 몸도 마음도 고생해야 할 일도, 출산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될 일도 없지 않을까. 그냥 아이를 원하는 사람 모두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원하는 사람 모두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장의 달력을 넘기고 생리가 시작됐다. 우리에게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 셈이다. 인공수정을 하기로 한 달이었고 배란유도제를 처방받았다. 또 난포를 키우기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주사를 내가 ‘셀프’로 내 배에 놓아야 한단다. 맙소사! 그 얇디얇은 주삿바늘을 내 손으로 직접 찌르라고요? 그것도 세 번이나? 저는 우리 엄마가 체했을 때 손 좀 따달라고 했을 때도 못 해서 벌벌 떨었는데요. 선생님 그냥 찔러 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못하겠다는 사람은 병원에 와서 맞는다고도 한다. 나는 그냥 안 해봐서 못하겠다는 거였기 때문에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조용히 간호사 선생님께 셀프로 주사 놓는 법을 배웠다.



‘우선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배꼽 5cm 옆 45도 아래 정도에 위치를 잡은 후 알코올 스왑으로 닦는다. 엄지와 검지로 뱃살을 두툼하게 잡아 배에 90도 직선으로 한방에 찌른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방! 주사기를 끝까지 꾸욱 눌러 주사하고 멈춘다. 마지막으로 망설이지 말고 다시 직선으로 주사기를 과감하게 뺀 후 알코올 스왑으로 쓱쓱 닦아주며 소독한다. 끝.’



아. 선생님 저는 그 주사를 셀프로 놓기 위해 자와 각도기를 사러 문구점에 좀 다녀올게요. 한 방에 찌를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파나요? 두 방, 세 방에 놓으면 안 되는 거지요? 직선으로 못 빼고 사선으로 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가 정말 주사기 앞에서 과감해질 수 있을까요?




간호사의 친절하고 냉철한 설명 앞에 할 말을 잃고 마음만 시끄러웠다. 결국 나는 ‘용기 판매점’을 찾지 못한 채 약국에서 난포 터지는 주사 세 개를 사 집으로 왔다.






주사기를 들고 남편과 내가 식탁에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앉았다. 무기도 폭탄도 아닌데 겁나고 조심스러웠다.


“오빠. 오빠가 좀 찔러줘.”

“못 해. 절대 못 해!”

“그래? 그럼 내가 하지 뭐.”


남편이 ‘절대’ 못 한다고 하니 내가 해야 했다. 만약 그냥 ‘못 해’라고 말했다면 ‘해 줘’라고 한 번 더 부탁했을 텐데, 여지없는 일에는 포기와 용기가 동시에 생기나 보다. 나는 정확하게 배운 대로 주삿바늘을 내 배에 한 방에 찔렀다. 깔끔하게 성공한 후 알코올 스왑으로 내 배를 싹싹 잘도 닦았다. 이제 엄마가 체하면 열 손가락도 완전 잘 따줄 수 있을 것 같다.


“윽! 자기 짱이다!”


남편이 말했다.


셀프 주사를 놓고 짱이 되었다.








사실 두툼한 뱃살 덕분인지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태어나 처음 해 보는 이 모든 과정이 낯설고 이상했을 뿐이다. 나는 약도 꿀꺽 잘 삼키고, 주사도 잘 맞고 심지어 잘 놓고, 난임 병원도 혼자 씩씩하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당찬 여성이다. 그래 놓고 그날 밤 혹시 부작용은 없을까, 임신은 잘 될까, 새벽에 돌아누워 혼자 훌쩍거렸다. 하나도 아프지 않더라도 다시 또 셀프로 주사를 놓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나는 짱보다 엄마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