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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판적일상 Dec 28. 2018

결혼하지 않는게 짙어진 개인주의 때문이라고?

결혼을 포기 당하는 사회

기사를 둘러보다 제목만으로 분노를 자아내는 기사를 발견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2030 “결혼해야” 30%대로…짙어진 개인주의, 엷어진 가족관>


낮아지고 있는 결혼률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제 원인을 '개인'의 것으로 돌리다니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2030으로서 겪은, 그리고 주변에서 봐 오고 있는 수많은 내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결혼과 멀어지는 이유는 결코 '개인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님이 분명하다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2030이 '결혼을 해야겠다'고 대답하지 못 하는 것을 단순히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비겁하고 '꼰대'적인 마인드다. 여기에는 분명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얽혀있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일부터 버겁다. 통계청이 만 15세부터 34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에서 현재까지 계속 근무하는 직장인은 37.2%뿐이었다. 평균 근속 기간도 고작 1년 2개월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둔 이들이 가장 많이 퇴직 사유로 꼽은 것은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51.0%)'이다. 당장 일자리는 구했지만 근무 환경 등 일자리의 '질'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이직과 퇴직을 거듭한다는 얘기다. 


내가 직장을 몇 개 거쳐가며 얻은 것도, 청춘이 갈리는 경험이었다. 지켜지지 않는 퇴근 시간, 생계와 월세를 감당하며 생활을 누리기에 턱 없이 부족한 월급, 존재하지 않는 연차 등. 워라밸이 매우 떨어져서 당장 내 한 몸 사는 것도 너무 팍팍했다.   


그리고 내가 서울에서 살며, 거리를 다니다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아니 저렇게 아파트가 빼곡한데, 왜 집값은 이 모양인 것이지'하는 종류의 것들이다. 웬만한 집은 원룸조차 억 소리가 난다. 월세를 내며 살다보면, 월급을 모아봤자 티끌모아 티끌이다. 그렇다고 집값이라는 게 지금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닌데, 이 티끌로 어느 세월에 내 집이나 장만할 수 있겠는가. 


집도 없이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라고? 부부가 건실하게 함께 돈을 모으면 금방 집 한 채를 마련한다는 게 흔히 가능했던 옛날에나 할 수 있는 판타지 같은 얘기다.


그런가 하면 보건복지부의 '2017년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볼 수 있듯, 여성들이 평일에 육아를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229분으로 46분인 남성보다 5배나 길었으며, 휴일의 경우에도 아내가 298분으로 146분인 남성보다 2배 이상 길다.

또한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가사를 부인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8.4%였으며, 실제 집안일을 아내가 주도한다고 답한 남성의 비율은 무려 76.2%에 달했다. 심지어 전업주부가 아닌 전일제 근로여성도 전체 부부 가사노동시간의 82.3%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 속에 '독박육아'와 '독박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돈 벌어 먹고 살기도 버거운 세상 속에서 육아와 가사까지 여전히 여성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가족관이 뚜렷'한 것인가.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좋은 남자'를 만나 가사를 잘 분담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 될까?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기혼여성들의 경력단절로 인해 20대에 70%에 달하던 여성 경제참여율은 30대에서 50%대로 20%나 하락한 수치를 보인다. 실제 노동 시장에서 여전히 여성이 출산 하는 경우, 사직을 권고 받거나 불합리한 인사이동으로 경력단절을 당하는 경우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다.


그렇다고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회사가 너그러이 "음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는 건실한 인재일세"하며 그 남성의 육아휴직을 북돋아줄까? 현실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얘기다. 바빠 죽겠는데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해당 남성에게 불이익을 줄 게 분명하다.  


경제 발전과 함께 개인의 인식도 수없이 전진하며 변화해 왔다. 그런데 결혼에 대한 사회의 제도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사회는 변화의 의지가 없기에, 결혼을 위해서는 그 많은 책임과 과제들을 오롯이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도 효율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결혼에 있어서는 개인에게 이 많은 비효율들을 떠 안으라 말한다. 효율의 원리로 비정규직을 생산하고, 개인의 워라밸은 뒷전으로 여기는 이 사회에서, 비효율들을 기어코 떠안아야만 비로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의 취급을 하며 개인을 몰아부치는 건 정말이지 모순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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