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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판적일상 Mar 07. 2019

'도전'이 사치로 느껴지는 청춘

쥐고 태어난 수저에 따라 제한 받는 도전의 기회

아침에 힘겹게 겨우겨우 눈을 뜨며 문득 나중에 죽음을 코 앞으로 왔을 때, 아침마다 이렇게 힘들게 일어나 인간 더미에 질식사 하고말 것 같은 9호선에 반복해서 오르는 것으로 청춘을 다 보내 온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과 여유가 필요하고, 그 돈을 위해서 일을 하는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만큼은 내 손에 쥐어지지 않으며 여유도 없다. 너무나도 아이러니하다.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자리에 머물러 그대로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가.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나도 잘 안다.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용기있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데 도전은 실패와 성공의 확률을 모두 수반하고 있기에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자는 용기를 내기 어렵다. 무슨 말이냐면, 성공을 위해서는 수없이 도전하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할 수도 있는데 그 실패까지 성공을 위한 하나의 발자취 쯤으로 여유로이 넘기려면 뒤를 탄탄하게 바치고 있어 줄 기댈 언덕이 필요하단 것이다.


어제는 인터넷에 한 드라마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연히 누군가의 고민이 담긴 글을 보았다. 이십대 후반이라는 누군가는 드라마작가를 꿈꾸며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몇 년 째 시나리오 공부를 하며 보조작가 일을 하고 있지만 100만 원 남짓의 돈을 겨우 얻으며 계속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버겁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과 같은 꿈을 꾼다면, 직장에 몸을 담은 채로 틈틈이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맞는 방향일 거 같다고.


몇 년 전엔가, 디저트 사업으로 큰 성공을 이룬 한 젊은 사람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틈틈이 모은 용돈과, 국가 장학금, 주식 처분금으로 1억 가량의 자본을 초기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다고.(알고보니 사업을 시작한 건물은 본인 부모님의 건물이기까지 했다.) 초기엔 많은 실패를 하고 빚까지 얻어가며 직원들의 월급을 메꿔주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결국 꾸준히 노력해 '스스로' 성공을 거뒀다는 이야기.





실패를 해도 몇 번쯤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 도전을 만들어내는 자양분인 그 '용기'의 수량을 개개인마다 다르게 지급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한다. 결국 도전을 위한 용기에도 빈부격차는 존재한다는 것을.


이 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개인의 용기를 작아지게 만드는 경우도 나는 무수히 목격했다. 우리 사회는 속도가 느린 개인, 개인의 실패에 대해 잘 용인하지 않는다. '몇 살 이상은 신입사원으로 취업하는 것이 어렵다'는 암묵적인 제약, '몇 살 이상은 이제 결혼을 해야하는 나이'라는 암묵적 제약 등등등... 개인을 옥죄고 있는 수 많은 암묵적 제약들은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개인마다 자신이 나아가는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사회가 규정한 일정한 나이에 맞게 모든 관문을 척척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속도가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는, 사회가 정해놓은 관문을 제 때에 지나치지 못 하는 걸 너무도 쉽게 '실패'라 규정하여, 다른 관문을 향해 '도전'하는 것을 위축되도록 자꾸만 압박을 가한다.


도전을 결국 성공으로 이끈다면, 말은 달라지지만. 사회의 많은 굴곡과, 제약을 딛고 일어나 주체적으로 성공을 거둔 '훌륭한 사람'으로 칭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에도 빈부격차는 존재한다는 것. 그리하여,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의 이들 모두에게 '도전하라'는 말은 사치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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